아파트 하자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면서 현행 조정제도에 비해 강제성을 갖춘 준사법 절차인 ‘재정(裁定)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재정제도가 도입될 경우 한쪽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나타나 양쪽 모두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현행 제도에 비해 분쟁 해결 속도가 빠르다.
24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관련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하자예방·입주자권리 강화 방안’이 담겼다. 국회와 정부, 주택업계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 기능을 담당하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재정은 당사자 한쪽이 신청하면 시작되고, 재판에 준하는 공개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방식이다. 결정이 내려지고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려면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 결정이 내려진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현재는 위원회가 조정하더라도 양측이 만나 대화로 해결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강제력이 떨어지고, 당사자 간 합의가 안 될 경우 조정이 결렬돼 소송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 때문에 소송을 하는 경우는 적다.
재정 기능이 활성화되면 아파트 하자 발생 시 분쟁조정위 단계에서 협상이 마무리되는 사례가 늘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재정제도가 ‘기획 변호사’의 무분별한 하자소송전도 막을 것이라고 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토부 하자분쟁위의 하자 접수 건수는 2226건이었다. 2015년 4246건, 2016년 3880건, 2017년 4089건, 2018년 3818건, 2019년 4290건 등이었다.
지난해 총 하자 접수 건수는 4290건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하지만 분쟁 3건 중 1건은 조정이 결렬되는 등 현행 제도의 한계점이 노출됐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관리사무소 등 관리 주체가 입주민의 하자보수 청구 서류 등을 보관하고 입주자 등이 요구하면 제공토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하자담보 책임 기간 내 하자보수 청구 명세가 확인돼야만 하자담보 책임 기간 이후에도 청구가 가능하다.
또 건설사 등 사업 주체는 하자 판정 결과에 따라 하자를 보수하면 그 결과를 위원회에 등록하고 위원회는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함으로써 이행력을 높였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