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두 사람은 공정경제 3법을 놓고 찬반으로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상대를 직접 비판하며 연일 충돌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야권 통합 논의 과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 대표는 23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강연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부가 지나치게 관치 경제·금융과 같은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경제 3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전날 김 위원장이 자신의 공정경제 3법 지지를 비판한 안 대표를 향해 “자유시장 경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며 에둘러 꼬집은 것에 즉각 응수한 것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일단 선을 그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정권교체와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한 현실적 방안을 묻자 안 대표는 “지금은 (국민의힘과) 선거 준비라든지 통합,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안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이어 “현재 야권의 귀를 닫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혁신 경쟁을 벌일 때”라고 했다.
앞서 김 위원장도 ‘안 대표 영입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관심이 없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밤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리가 꼭 국민의당과 정책 연대를 이어나갈 당위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통합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표면에 드러난 두 사람의 갈등과 달리 양당 간에는 연대와 통합 논의가 적잖이 오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미래혁신포럼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며 “정치는 통합이고 세력을 넓혀가는 과정이라 보기에 안 대표와의 연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안 대표에게 다시금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도 이날 포럼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역사 모두를 야당의 자산으로 삼자는 ‘야권 혁신을 위한 10대 제언’을 밝혔는데, 정치권에선 이것이 향후 합당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양당 관계에 갈등이 형성된다고 보진 않는다”며 “(지금은 통합 논의보다) 뼈를 깎는 쇄신으로 야권 스스로 합리적인 정치 세력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