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13살 소년에게 11발의 총격을 연사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공개돼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소년은 병원에서 생사를 헤매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발생한 이 사건이 찍힌 영상은 7일 공개된 이후 SNS를 타고 세계 각지로 퍼졌다.
영상 속에서 두 명의 경찰이 깜깜한 주택가 골목 안으로 뛰어다니며 한 소년을 쫓는다. 쫓기는 소년은 13살 자폐아 소년 린든 캐머런(Linden Cameron)이다.
연신 린든에게 “땅에 엎드려라” “손들어!”라고 소리치던 경찰은 소년의 등에 대고 총을 11발 연이어 쏜다. 린든이 맥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경찰은 쓰러진 린든을 체포한다.
린든이 총을 맞고 쓰러진 상태에서도 경찰은 “손을 보이라”며 연신 고함친다. 힘없이 누워있던 린든은 “느낌이 좋지 않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하며 체포된다.
이 사건은 린든의 어머니인 골다 바튼(Golda Barton)이 아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911을 불렀다가 경찰이 동원돼 벌어진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경찰을 무서워하던 린든이 겁을 먹고 집 뒷마당으로 도망을 가려다 이런 변을 당한 것이다.
린든은 어깨, 발목, 창자, 방광 등을 맞았으며 이후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아직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뜻하지 않은 비극을 겪은 가족들은 참담한 심경이다. 린든의 어머니는 당시 911과 통화할 때 “아들이 통제 불능 상태여서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당시 출동한 경찰 4명에게도 “린든이 자폐를 앓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나 혼자서는 아이들 병원으로 데려갈 수 없어 구조요청을 한 것이다”라고 미리 언질을 줬다고 밝혔다.
이 동영상을 본 린든의 3살 형 웨슬리 바튼(Wesley Barton)는 “끔찍하다”면서 “영상 후반에 동생이 마지막 말을 하는 모습을 보려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앞부분을 봐야만 했다. 영상을 본 후 피 흘리던 동생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고 전했다.
미국 경찰청은 사건 발생 이틀 후인 지난 7일 이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지만 왜 자폐가 있는 린든에게 총격을 가했는지 등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경찰이 과잉진압을 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