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접종은 하면서!” 독감 무료접종 올스톱 비난 빗발

입력 2020-09-24 00:05

서울에 사는 40대 주부 김모씨는 23일 내내 스마트폰으로 ‘독감 무료접종’을 검색했다. 정부가 전날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하면서 인근 병·의원들이 접종을 멈춘 탓이다. 김씨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큰딸이 오늘부터 등교를 시작했는데 코로나 시국에 감기라도 걸릴까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독감 백신 일부가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일시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과 노년층에서는 가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유사한 질병에 걸리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유료접종 기관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자녀들에게 독감 무료접종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학부모들의 아우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천에 사는 한 학부모는 “백신 일부가 문제라고 하는데 왜 무료 독감 백신접종 전체를 멈추게 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다른 학부모는 “정부가 다음달 안으로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유료접종만 허용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접종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혹시라도 다른 질병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평소보다 일찍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려는 노년층이 많다. 환절기 감기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해 확진자로 의심받을까 걱정되고, 혹시라도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코로나19 때문에 절차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미리 독감에 걸릴 가능성을 차단하고 싶은 것이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70대 여성 한모씨는 “몸살이라도 걸려 병원에 갔다가 코로나19 의심환자 취급을 받을까봐 평소보다 빨리 예방주사를 맞기로 마음먹었다”면서 “공단 등을 찾아가면 유료백신이라도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주사를 맞을 수 있다는 소식에 동네주민 5명과 함께 다녀왔다”고 말했다.

유통상의 문제가 발생해 무료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일시 중단된지 이틀째인 23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에서 백신 수급 부족을 우려한 시민들이 유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접종 기관에는 오전부터 긴 줄이 생겼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에는 이날만 860여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오전에는 10층 계단까지 줄을 지어 예방접종을 기다렸다”면서 “‘유료 백신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앞서 “유료백신 물량은 정부 공급 백신과는 다른 경로로 유통돼 문제가 생긴 백신과는 아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부 동네 병·의원은 사전 예약한 접종을 취소하기도 했다. 경기도 광명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내과 간호사는 “22일까지 전화로 받은 독감 무료접종 사전예약을 모두 취소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어제 보냈다”면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사실상 맹물이 되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