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을 활용해 한국경제의 대들보인 주력 산업 보강 공사에 나섰다. 과잉공급과 산업 생태계 변화로 위기에 처한 디스플레이 및 자동차 부품 산업이 대상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중단을 선언한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사의 신사업 전환을 지원한다. 중국산 물량 공세로 과잉공급의 늪에 빠진 LCD 시장과 결별하는 과정을 돕는 셈이다. 내연기관 제품 제조를 고수하던 자동차 부품업계의 구조조정 지원도 가속화한다.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부품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고사한다는 기업들의 절박함을 반영했다.
3년여만에 대기업 사업재편 승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해 모두 15개 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력 산업군인 디스플레이 업계 6곳과 자동차 부품 업계 6곳이 승인 대상 명단에 올랐다. 이번에 사업재편계획을 승인받으면서 대표적인 구조조정 제도인 기활법을 통한 혜택 적용이 가능해졌다. 사업 전환 시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고 세제·금융을 일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승인 대상에 삼성디스플레이라는 대기업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대기업의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한 것은 2017년 7월 LS그룹 계열의 가온전선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처음이기도 하다.
기존 주력 사업군인 LCD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E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QD) OLED로 주력 사업을 변경하는 데 정부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승인을 받은 5곳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와 발맞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사업을 변경한다. LCD 시대와 결별하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5곳 추가 승인
자동차 부품 업계가 대거 사업 전환에 나선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 제조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사업 방향을 확 틀기로 했다. 전기차나 배터리 부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미래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정부가 이에 응했다.이번에 6곳이 승인을 받으면서 내연기관 사업을 접겠다는 기업은 14곳으로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2곳에 불과했는데 올해 들어 의향이 있는 기업이 급증할 정도로 업계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재편계획 승인으로 향후 5년간 2500여명의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평가한다. 기업들이 1조5000억원대의 신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 뒷받침하게 될 결과물이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기업들이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멘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