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대신 코로나 찾아”…탐지견, 임무가 달라졌다

입력 2020-09-23 16:28 수정 2020-09-23 16:39

핀란드 당국이 23일(현지시간)부터 탐지견을 동원해 코로나19 감염자를 판별하는 실험에 들어간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코로나19 감염자는 미묘하게 체취가 변하는데 이걸 개의 발달된 후각으로 탐지해낸다는 원리다.

WP에 따르면 핀란드는 코로나19 감염자를 냄새로 판별할 수 있도록 훈련된 탐지견을 헬싱키 공항에 투입했다. 개가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실험에 투입된 개들은 10초 안에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여행객들이 코로나19 판별에 1분 이상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비행기에 탑승해야 하는 승객들을 고려한 항목으로 보인다.

개를 코로나19 방역에 동원한다는 발상은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들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여름 두바이에서 승객을 무작위로 골라 땀을 채취해 개가 분석토록 해봤는데 정확도가 90%를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개를 현장에 투입해 실험을 실시하는 건 핀란드가 첫 사례다.

연구자들은 사소한 건강 상태 변화가 체취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원리에 따라, 개들은 마약과 폭탄뿐 아니라 암이나 각종 감염증 등 질병을 탐지하는 데 투입돼 왔다.

특히 헬싱키대학 연구진은 개들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판별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당한 증거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확실하게 입증하려면 대규모 실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헬싱키 공항에서 실제 실험을 진행키로 했다는 것이다.

헬싱키 공항 실험은 두바이 실험과 마찬가지로 승객에게서 채취한 땀을 개가 냄새 맡도록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는 개가 직접 승객과 접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실험 참여에 동의한 승객들은 각자 목에서 땀을 채취한 뒤 정해진 창구에 제출하게 된다.

땀을 제출한 승객들은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PCR 검사를 받는다. 개들이 정확하게 판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실험에 참여하는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실험을 위해 연구진은 총 16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다만 이중에서 단 4마리만 현장 투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6마리는 지금도 훈련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6마리는 번잡한 공항 환경에서 활동하기는 부적합한 것으로 판별됐다.

전문가들은 탐지견을 통한 코로나19 식별이 효과적일 수는 있어도 대규모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탐지견을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 세계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식별하느라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코로나 탐지견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줄 것으로 연구진들은 기대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