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부실심사’ 대기업, 중기대출상품 3천억 받아

입력 2020-09-23 15:57 수정 2020-09-23 20:21

일부 대기업이 한국산업은행의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무자격으로 이용해 지난 5년간 약3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담당한 산업은행은 대출 심사과정에서 자격요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채 대규모의 금액을 대기업에 대출해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갑)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해당되는 기업 25곳에 3116억원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 전용상품의 대출을 제공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계열사 자산을 다 합쳐서 10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으로 사실상 대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기업들은 산업은행에서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은 OCI그룹과 현대중공업 소속 기업에 각각 700억원, SK의 한 계열사에 611억원을 대출해줬다. 기업들은 산업은행의 ‘전략특별부문 신산업(운영)자금’ ‘서비스산업(운영)자금’ ‘사업경쟁력강화(운영)자금’과 같은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상품을 이용했다.

해당 기업들은 대출 상품을 이용해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격을 인정받아 0.3%의 금리우대 혜택도 받았다. 대출 규모와 이용 기간에 따라 이 기업들이 받은 이자감면액은 11억 11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산업은행 대출심사 과정의 부실함에 있었다. 대출이 이루어진 25개 대기업의 심사과정에서 상품지원 요건 착오가 13건, 기업규모 분류 착오가 12건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상품지원 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규모의 금액을 대출해준 것이다. 이렇게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만기 동안 중소중견기업 지위로 대출 및 금리우대 혜택을 받았다.

송 의원은 “중소중견기업 상품을 대기업이 이용한 것은 부당한 지원이자 특혜”라며 “해마다 발생하는 산업은행의 대출 착오를 개선하기 위해 심사 체계를 강화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