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노동자 1명의 고용을 유지하는데 월평균 534만1000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험료 증가 등 요인으로 노동비용은 2017년 이후 32만원이나 늘었다.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534만1000원으로 전년 대비 2.8%(14만6000원) 늘었다.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 3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018년 상용근로자 1인당 노동비용은 전년보다 17만2000원(3.4%) 증가했다. 2017년 이후 2년 동안 무려 31만8000원 늘어난 것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9% 높은 인상률을 나타낸 것이 이 같은 노동비용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비용은 정액·초과급여·상여금·성과급 등을 합친 직접노동비용과 퇴직급여·4대 보험료, 주거·식사·교통비, 채용·교육훈련비 등 간접노동비용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직접노동비용은 425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다. 정액·초과급여는 352만원으로 4.1% 증가한 반면 상여금·성과급은 73만1000원으로 4.2% 감소했다. 불경기가 지속하면서 기업들이 고정수당 외 지출을 줄인 결과다.
사회보험료는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건강보험료는 14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고, 고용보험료는 5만1000원으로 6.3% 늘었다. 채용 관련 비용·퇴직급여 비용은 각각 5.7%, 3.1% 증가했다. 반면에 교육훈련비는 2만2000원으로 2.6% 감소했다. 7년 전(2만7700원) 수준에도 못 미쳤다. 기업체가 의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면서 교육훈련비 등 미래 투자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소폭 줄었지만 복지 수준은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1인당 월평균 노동비용은 442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300인 이상은 649만8000원으로 2.9% 늘었다. 206만9000원 차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 노동비용을 100%로 봤을 때 300인 미만 사업체의 노동비용은 68.2% 수준이다. 한 해 전보다 0.4% 포인트 축소됐다.
300인 이하 중소기업 직접노동비용은 대기업의 72.0% 수준이었지만, 복지·교육 훈련비 등 간접노동비용 지출은 54.8%에 그쳤다. 상여금·성과급은 중소기업이 33만5000원으로 대기업(123만3000원)의 27.1% 수준에 불과했다. 또 중소기업 교육훈련비는 6600원으로 대기업(4만2100원) 평균의 15.7%였고, 자녀 학비보조비용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8배나 많았다. 건강·보건에 관한 비용도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산업별 노동비용의 경우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이 920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금융·보험업(917만2000원), 제조업(604만5000원)이 뒤를 이었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278만8000원), 숙박·음식점업(340만6000원) 등은 낮았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임금에 해당하는 직접노동비용 비율은 기업 규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간접노동비용이 규모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