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어업지도선 승선 어업지도원 실종

입력 2020-09-23 14:17 수정 2020-09-23 23:56
2018년 11월 20일 오전 연평도에서 바라 본 북한 개머리해안 해안포 3번(왼쪽), 4번(오른쪽)의 포문이 닫혀 있다. 올해는 연평도 포격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뉴시스

이틀 전 서해 최북단 연평도에서 단속 활동을 위해 어업지도선에 승선한 어업지도원이 실종됐다고 군 당국이 23일 밝혔다.

연평도는 북방한계선(NLL)과 가까워 월북이 가능한 곳이다. 실종 추정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황해남도 강령반도까지는 6마일(약 13㎞)가량으로 스스로 헤엄쳐 갈 수는 없는 거리다.

특히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군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국방부는 이날 “지난 21일 낮 12시 51분쯤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국가어업지도선(499톤급, 승선원 16명) 선원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해양경찰에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어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실종자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정황이 포착돼 정밀분석 중”이라며 “관계당국은 실종 경위, 경로 조사와 함께 북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이모씨(47·1항사·경남 양산)는 목포 소재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로, 실종 직전까지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씨의 실종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2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당일 오전 11시 30분쯤 점심시간에 이씨가 보이지 않아 동승한 선원들이 어업지도선 자체 선내와 인근 해상을 수색했으나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아 해양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평도 주민 박태원 선장(전 어촌계장·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은 “어업지도선은 소연평도에 정박해 있다가 어업지도를 하러 북한 접경수역에서 활동한다”며 “이씨가 어업지도선에서 실족해 바다에 빠진뒤 조류에 휩쓸려 북한 해안으로 떠닐려 갔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해어업관리단 박정균 상황실장은 “이씨가 실종된 것은 맞지만 월북은 아니다”며 “어업지도선은 꽃게철에 어선들이 어장을 벗어나 북쪽으로 월선을 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임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해당 어업지도선에는 CCTV 2대가 설치돼 있으나 사각지대가 많이 실종당시의 모습을 확인하는데는 실패했다”면서 “월북은 명백한 오보”라고 강조했다. 해당 어업지도선은 봄어기와 가을어기 6개월동안 연평도 해상에서 어선들의 안전조업에 대한 단속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어업지도선도 현재는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21일 낮 12시51분쯤 어업지도선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관리단으로부터 중부해경청이 신고를 접수한뒤 인천해경서에 통보해 경비함을 동원, 수색을 하고 있다”며 “이씨가 자의로 월북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어업지도선 선미 우현에서 실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슬리퍼)이 발견됐고 CCTV는 선미 좌현 방향으로 설치돼 자세한 행적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실종자 이씨는 서해어업관리단에 2012년 입사해 지난 14일부터 어업지도선에 근무했으며, 목포 소재 숙소에서 2~3명의 직원들과 함께 거주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인천해경서 소속 300톤급 경비함 1척, 서해5동특수경비단 소속 경비함 500톤급 1척, 중형 특수진압정 1척 등 3척과 해경대원 60여명을 투입해 수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2020년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10년이 되는 해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