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접경 지역에 병력 파견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최근 국경 인근에 병력을 늘리고 총기를 동원해 위협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3488㎞에 달하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 삼아 맞대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우첸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양국이 지난 21일 6차 군단장급 회담을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중국신문망 등이 23일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양측이 전략적 오판을 막기 위해 최전방 병력 증파를 중단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또 7차 군 고위급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국경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었다. 지난 6월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벌어진 유혈 충돌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투석전으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했고, 중국군도 피해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는 1975년 이후 처음 국경 인근에서 총기 사격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 문제를 놓고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사이지만 국경 지역 최전방 2㎞ 이내에서는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하지 않기로 교전 규칙을 정해놓았다.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 이 규칙이 깨진 것이다.
이후 중국군은 국경지대에서 실탄 훈련을 하고 신형 곡사포를 배치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인도군 역시 탱크와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합의로 양국간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룽싱춘 청두 세계문제연구소 소장은 “양측이 전방에 계속 병력을 배치한다면 서로 전쟁 준비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제 병력 증원을 중단하기로 했으니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선에 대한 중국과 인도의 해석은 완전히 엇갈린다.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 영국이 그은 ‘맥마흔 라인’(1914년 4월)을 국경선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영국 침략 이전의 경계선을 국경선으로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2003년부터 고위급 정기 대화를 열어 국경 분쟁 상황을 관리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