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죽음 내몬 부장검사 수사, 미적거리는 이유 뭔가”

입력 2020-09-23 11:16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 대리인들이 14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속상관 부장검사의 폭언 폭행으로 2016년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 측이 당시 부장검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한다는 의견을 언론에 공개했다.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검찰 조직문화 개선은 물론 사회적 문제인 ‘직장 내 괴롭힘’에 경종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검사의 아버지가 당시 부장검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장기간 미적거리는 이유가 뭔지 유족으로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 반응도 공개됐다.

김 검사 유족 측은 김 검사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김대현 전 부장검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가 소집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23일 공개했다.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표결할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미리 공개한 것이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심의 대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국민의 알권리’가 고려된다는 부분 때문에 의견서를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이번 사안을 검찰 조직 내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규정했다. 국민적 알 권리, 인권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수사심의위가 열려야 마땅하다는 것이 김 검사 유족 측의 입장이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언론보도가 매우 활발했던 만큼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검사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는 사망일인 2016년 5월 19일부터 2020년 9월 22일까지 약 1800건의 보도가 이뤄졌는데, 매일 1건 이상의 기사가 생산된 셈이다.

김 검사 유족 측은 “부의가 이뤄진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경종을 울려 인권보호에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견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인용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근로자 70%가 ‘현장에 변화 없다’는 답변을 한 내용이었다. 김 검사 유족 측은 “훈계나 질책을 넘어서는 폭언과 폭행을 반복해 검사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의견서 말미에는 김 검사의 아버지가 지난 14일 변호인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됐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지난해 11월에 고소된 사건이다” “이렇게 오래 처리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감찰보고서와 그 이후 해임결정 판결 등 여러 가지 조사 자료가 충분한 사안인데 이렇게 미적거리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제와 유족 측 참고인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심히 괴롭다”고도 덧붙였다.

서울남부지검에서 일하던 김 검사는 2016년 5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 등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감찰 결과 김 전 부장검사의 폭언 사실이 드러났고, 법무부는 김 전 부장검사의 해임을 의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고발은 변협 상임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했었다. 이후 10개월가량이 흐르자 김 검사 유족 측은 지난 1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의위는 24일 오후에 열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