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대만을 돕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당 소속으로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마 전 총통은 최근 미국 일변도인 대만의 대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23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 현지 언론은 마 전 총통이 전날 중산대에서 강연을 진행하면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대만을 도울 가능성은 적다”며 “현재 미국 국민들 사이에 대만을 돕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고 거리는 너무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양안 관계와 대만 안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도 중국의 대만 공격 전략이 단시간 내에 전쟁을 끝내 미군의 지원을 기다릴 기회를 없애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 전 총통은 “미국 항모는 노화돼가고 있는데 지난 20년간 중국공산당은 전력으로 대함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은 준비가 잘돼 있나”라며 “일격을 감당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게 아니라 전쟁 발발을 피하게 하는 것이 국가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 전 총통은 차이잉원 총통의 대외 정책이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을 본질적으로 돕는 것이라면서 대만이 미국의 ‘체스말’이 돼서는 안 되고 ‘가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허물어가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을 외교적으로 계속 활용해 왔다. 미국은 대만에 수십년 만에 장차관급 인사를 보냈고 무기도 수십억 달러를 팔았다.
대만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입어 최근에 주미 대사관 격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의 샤오메이친 대만 주미 대표가 스스로를 ‘미국 주재 대만대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러한 움직임에 반발하며 최근 4일 연속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에 전투기를 보내는 등 양안 사이의 긴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