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종이상자 배달’ 논란에 신성약품 회장이 한 말

입력 2020-09-23 06:51 수정 2020-09-23 09:32
연합뉴스

국가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운반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접종이 보류된 사태와 관련해 이 백신을 유통한 신성약품 측의 관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종이박스로 전달받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신성약품 김진문 회장은 “냉장차로 운반할 때 아이스박스에 포장하면 오히려 냉매가 녹아 백신이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 트럭으로 운반할 때만 아이스박스에 넣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백신 공급부터 빠르게 정상화한 뒤 정부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22일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백신 공급부터 빠르게 정상화한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분은 질병관리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며 “모든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죄인’이라며 백신이 든 상자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트럭에 옮겨 싣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용역을 준 백신 유통 업체들이 일부 그런 실수를 했다”고 한 김 회장은 “가령 서울에서 광주로 백신을 납품한다고 하면 11t짜리 대형 냉장 트럭에 전주로 가는 물량까지 한꺼번에 실어 내려가는데 전주에 가면 1t짜리 냉장 트럭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대형 트럭에서 물량을 나눠 받고, 대형 트럭은 다시 광주로 가는 물량을 또 배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형 트럭에서 소형 트럭으로 옮길 때 백신이 지열에 노출되지 않도록 땅바닥에 팔레트를 놓고 그 위에 백신을 두는 식으로 옮겨야 한다”고 설명한 김 회장은 “그런데 일부 업체가 땅바닥에 백신 상자를 두거나 냉장차 문이 열려 있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계약서에 운반 시 2~8도를 유지하는 규정을 지키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도 있지만 용역업체에 책임을 묻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국민께 송구하다”고 한 김 회장은 “질병관리청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향후 대책 마련에도 성실히 임하겠다. 납품된 백신들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백신 접종이 그나마 차질 없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일선 현장에서 나온 ‘백신을 종이박스로 전달했다’는 문제에 대해선 ‘오해’라고 했다. “백신 제조사에서 우리 업체로 백신 수만병이 올 때도 종이박스 형태로 배달된다. 2~8도로 유지되는 냉장차로 운송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 김 회장은 “우리가 종이박스로 납품한 것도 냉장차에 담아 배달했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냉매가 든 캐리어에 담아 의료진에게 바로 전달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노출되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냉장차가 아닌 일반 트럭으로 운반할 때는 아이스박스에 냉매를 넣어 적정 온도를 유지해 납품했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차로 옮길 때) 백신을 아이스박스에 포장하면 오히려 냉매가 녹아 백신이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며 “종이박스에 백신을 담아 냉장차로 운송하면 아이스박스로 포장·운송하는 것보다 오히려 온도 유지·측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 백신 유통을 맡아 미숙함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가접종용 백신 유통을 맡게 된 게 처음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에도 백신 제조사에서 병원으로 백신 민간 유통 사업을 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정부가 22일부터 무료 접종하려던 독감 백신이 운반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접종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백신의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