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을 비롯한 과거 발언 등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 지사 등에 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 여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는 조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SNS에 썼던 글과 언론 기고문 등 정치 편향적 발언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천안함 폭침을 누가 저질렀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후보는 “정부의 공식적 조사 결과가 북한 소행이라고 했다. 정부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의원이 “정부의 의견이라고 하지 말고 누가 저질렀느냐”고 되묻자 조 후보자는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후 전 의원은 “조 후보자의 글로 인해 장병들뿐만 아니라 장병 가족들이 많은 분노나 슬픔을 겪었을 텐데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유족들의 마음에 상처가 됐다면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고 사과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앞서 조 후보자는 2010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스텔스 잠수함 및 잠수정, 물고기와 사람은 안 다치게 하고 초계함(천안함)만 두 동강 내며 초계함 밑에 파편을 물고기들이 다 뜯어 먹는 그런 친환경 어뢰를 개발했다는 개그 앞에 진실은?”이라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조 후보자는 또 과거 공직선거법을 쓰레기 같은 법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조 후보자는 “쓰레기라는 표현은 미사여구였다”고 해명했다가 장제원 인사청문 위원장이 “미사여구의 뜻을 알고 하는 말이냐”고 지적하자 “잘못된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기고문을 문제 삼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9월 서울신문 기고문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고, 하나의 위선이 또 다른 위선을 공격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 사태가 몹시 언짢다”고 썼었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국민이 조국 교수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부모찬스, 아빠찬스로 불리는 교육 불공정 때문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교육 불공정 시비가 비단 조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문제이고, 사회적 반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쓴 글”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다, 그런데 그것을 표적 수사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전 의원의 질문에 “재판 중인 사안이라 내 개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보여주는 모습은 소위 부와 계급을 대물림하는 사회를 엘리트들이 질주해왔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재차 “그러니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과 다른 답변을 내놨다. 조 후보자는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과 상충하는 답변을 했다.
“조 후보자가 드루킹에 대해 악의로 접근한 선거 브로커라고 했다”고 한 전 의원은 “김경수 지사는 억울하다는 말이냐”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당시 페이스북을 할 때였는데 김경수 지사를 두둔하거나 옹호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그런 부류의 선거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도 전 의원은 “그래서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으로 받고 있다. 그러면 김경수는 피해자냐”라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의 이 같은 답변 태도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질타가 쏟아졌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조국 수사 사건이나 김경수 지사 재판이 시비를 가리고 있고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는데 후보자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하는 자세는 뭐냐”며 “자세가 그래서 되겠느냐”고 호통쳤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도 “당시 정치적인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신분이었잖느냐”며 “야당 의원들의 공정성 질문에 대해 족족 잘못한 것처럼 답변하는 게 어색하다. 자꾸 변명조로 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술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살아온 삶이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오신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아쉽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조 후보자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출신으로 2015년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조 후보자가 선관위원으로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어렵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