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없는 비시각장애인 안마행위 처벌, 부당하다”

입력 2020-09-23 00:07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최현규 기자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 안마사들을 고용해 안마 영업을 했다가 기소된 안마시술소 업주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현행 의료법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게 했고, 자격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 행위를 하면 처벌하게끔 하고 있다. 법을 둘러싼 논쟁 속에서도 헌법재판소가 꾸준히 합헌 결정을 내려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판결의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석 부장판사는 22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안마사들을 고용해 요금을 받고 안마업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현행 의료법이 안마사 자격이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안마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토록 규정한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헌재 역시 200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이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안마 영업이 금지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이에게는 사소한 형태의 안마도 허용하지 않고, 가벼운 안마 행위까지 처벌하는 안마사규칙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자격안마사의 안마행위 독점이 비시각장애인·비장애인의 직업선택권·평등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됐다고도 지적했다. 안마 종사자가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로 마사지 시장이 커졌지만, 정작 자격안마사는 1만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을 짚어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결국 ‘자격안마사의 업무한계’를 규정한 안마사규칙 제2조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시각장애인의 직업선택의 자유, 국민의 평등권, 다양한 안마를 선택해 즐길 행복추구권마저 침해한 것으로 무효라고 했다. A씨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할 근거 법령이 없으니 의료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 대한 상급심의 향후 판단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헌재의 결정 취지와 배치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자립적 사회생활이 불리한 시각장애인에 대해 헌법적 차원에서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합헌 판단을 내려 왔다. 이례적인 무죄 판결을 놓고 대한안마사협회 등의 반응이 있을 것인지도 주목된다. 대한안마사협회는 안마사 자격 규정이 위헌적이라는 논란이 있을 때마다 “비장애인 안마사 다수가 무자격으로 영업하며 생계를 위협한다”고 강하게 주장해 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