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32·LG 트윈스)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개인 통산 800사사구를 달성했다. 신장 188㎝에 체중 100㎏을 넘는 건장한 체격으로 장타를 뿜어내면서도 방망이를 신중하게 휘두르는 ‘명품 선구안’으로 프로야구 통산 28번째 진기록에 도달했다.
김현수 밀어내기 볼넷으로 시작된 역전승
김현수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가진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경기에 LG 트윈스의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 세 번째 타석으로 돌아온 6회말 1사 만루 3볼 1스트라이크 때 상대 선발투수 박종훈의 5구째 유인구를 골라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때까지 0-2로 뒤처진 LG는 김현수의 밀어내기로 3루 주자 홍창기를 홈으로 불러 만회점을 뽑고 역전을 시작했다. 후속 타자 채은성이 2타점 중전 1루타, 이어진 2사 2·3루에서 김민성의 1타점 내야 안타, 유강남의 타석에서 SK 두 번째 투수 김태훈의 폭투로 홈을 파고든 3루 주자 채은성의 득점으로 5점을 뽑았다. 김현수는 김민성의 타석 때 3루에서 홈을 밟아 ‘빅이닝’의 타점과 득점을 모두 1개씩 기여했다.
김현수는 네 번째 타석인 8회말 무사 1루에서 1루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채은성의 내야 땅볼 때 2루로 진루한 뒤 이천웅의 적시타로 다시 홈을 밟았다. 김현수는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을 기록한 뒤 9회초 LG의 수비 위치를 대거 변경하는 과정에서 교체됐다.
LG는 7대 2로 역전승했다. 중간 전적은 63승 48패 3무. 같은 날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경기를 0대 8로 대패한 KT 위즈(63승 48패 1무)와 1경기차였던 간격을 좁혀 공동 3위로 돌아갔다. 두 팀의 승률은 나란히 0.568이다.
홈런 치는 교타자, 볼넷 고르는 장타자
김현수는 2006년 두산 베어스로 입단해 KBO리그에서 13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두산 소속이던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입성했고, 이듬해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잠시 거쳐 2018년에 KBO리그로 돌아왔다. 이때 택한 팀이 두산의 ‘잠실 라이벌’ LG였다.
김현수는 두산에서 한때 70~80개씩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5년에 정점에 이르러 101개나 골라냈던 볼넷을 LG로 돌아온 뒤 다소 줄어든 시즌당 40~50개 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47개를 쌓은 김현수의 볼넷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단독 19위에 해당한다.
김현수는 올 시즌 중 몸에 맞은 공도 2개를 기록했는데, 이날 밀어내기 볼넷을 추가하면서 800사사구에 도달했다. 이는 1982년에 출범해 39시즌째를 맞이한 KBO리그에서 김현수를 포함해 28명만 달성한 진기록이다. 김현수는 이날 KBO리그 통산 52번째 1500경기 출장 기록도 세웠다.
김현수는 KBO리그 기록으로 쌓이지 않은 메이저리그의 두 시즌 동안에도 볼넷 58개를 골랐다. 선구안이 빅리그에서 어느 정도 통했던 셈이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김현수의 선구안은 출루율로 나타나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출루율 0.413으로 리그 내 4위에 있다.
선구안만 가진 것이 아니다. 김현수의 타격력은 KBO리그 내 최고 수준이다. 김현수의 타율 0.351은 두산 중심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58)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김현수가 지금까지 때린 154개의 안타 중 21개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김현수는 홈런 부문 11위에 있다. 안타 중 31차례는 2루타였고, 3루타도 1개를 뽑아냈다.
김현수의 출루율·장타율 합산(OPS)은 0.982. 리그 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유인구에 속지 않고, 정면승부를 택하면 장타를 맞을 수 있는 난해한 타자가 바로 김현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