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핵·무기 관련 유엔제재 복원…북 협력 인사도 포함

입력 2020-09-22 18:27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의 핵과 탄도 미사일, 재래식 무기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핵과 탄도 미사일, 재래식 무기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 이란 국방부를 포함한 주요 인사와 단체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한과의 미사일 협력에 관여한 인물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전날 국무부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27개 단체 및 개인에 대해 새로운 제재와 수출 통제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이 제재는 다음달 만료될 유엔의 대(對)이란 무기금수 조치를 대체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작업에 관여한 핵심 인물 2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란 과학자 5명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재무부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이중용도 물품의 주요 생산자와 공급자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란에 대한 유엔의 무기 금수 조치를 위반을 돕는 데 협력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국무부는 제재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과 이란의 협력 사실을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 축적에 관여한 이란인,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협력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이란 조직과 연계된 이란인 등을 거론했다.

또 설명자료의 ‘미사일 관련 조치’ 항목에서 재무부가 이란 미사일 관리인 아스가르 에스마일퍼와 모하마드 골라미 등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두 사람 모두 북한 미사일 전문가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발사된 우주발사체 발사에 참여하고 지원했다고 자료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내 행정부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이 탄도 미사일과 재래식 무기의 새로운 공급으로 세계 다른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은 10월 만료 예정인 유엔의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무기한 연장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제출했으나 부결됐다. 이에 미국은 이란이 2015년 주요 6개국(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맺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위반했다며 스냅백(제재 복원)을 공식 요구했지만 안보리는 거부했다.

미국은 이란 핵합의 위반을 공식 제기한 날로부터 30일 후 제재가 다시 부과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독자적인 스냅백 발동에 나섰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2018년 미국이 먼저 핵합의를 탈퇴해 제재 복원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핵합의 서명국인 유럽 3개국은 “미국의 선언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제재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간 관계 정상화 협정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등 친미·반(反)이란 수니파 이슬람 국가간 관계 정상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외교전 이외의 물리적인 충돌은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로 침체에 빠진 국내 경제를 부양하고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