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소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1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윤종구 최봉희 조찬영 부장판사)는 22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강요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 군(18)의 항소심에서 1심에 비해 줄어든 형량인 장기 7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또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 제한, 3년간의 보호관찰을 함께 명령했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 군에게 장기 10년·단기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는 미성년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실형이다.
소년법은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가 징역 2년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르면 형기의 상한과 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신모 군의 항소심 형량 장기 7년·단기 3년 6개월은 최소 3년 6개월 형을 살되, 모범적으로 생활하는 등 교정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될 경우 7년이 지나기 전에 형 집행을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에 이르러 (신군이) 피해자 측에 합의금을 지급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의 협박에 의해 제작된 성착취 음란물 중에는 엽기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피고인은 소년의 범행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피해자를 지속 협박했고, 1년에 걸쳐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범행을 해 횟수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성 착취물 처벌은 피해 아동·청소년 보호뿐 아니라 우리 사회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며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제한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직접 적용은 안 되겠지만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와 관련해 처벌불원 의사를 특별양형인자가 아닌 일반양형인자로 봐야 한다고 한 것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신군은 지난 2018년 2월 SNS를 통해 만난 중학생 피해자에게 신체를 촬영하도록 한 후 사진을 전송받은 뒤 이를 약점으로 삼아 지난해 6월까지 총 53회에 걸쳐 성착취 사진과 영상을 찍도록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군은 이 과정에서 가학적인 행위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군은 또한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문자 메시지를 수십 차례 보내고 피해자에게 어머니와 여동생의 신체 사진까지 촬영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신군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노예계약을 연장하겠다’며 피해자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신군이 초범이고 범행 당시뿐 아니라 지금도 소년인 점을 고려해도 엄한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으므로 소년범으로서의 최고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소년범에게는 보통 성인과 달리 부정기형을 선고해야 하고 이는 장기 10년~단기 5년을 초과하지 못하는데 과연 이 형이 성인범에 비해 높은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신군의 범행은 상당히 안 좋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