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22일 “나도 한때는 당대표에, 당 최고위원 두 번을 하며 PGA(미국프로골프) 챔피언을 꿈꿨지만 이제는 캐디백을 메겠다”면서 ‘킹메이커’ 역할에 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내 자신이 투신하든 불쏘시개를 하든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정권이 연장된다면 대한민국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경선에 출마해 보수정당의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권은 지금 나라의 근간과 근본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정부의 ‘코드 인사’ 논란을 지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17년 4월 문재인 대선후보 측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던 점을 거론하며 “그동안 자유·민주·평화를 지켜온 사람들은 몰살당해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 정권 사람들은 독재 타도나 군사정권 종식을 말했던 DJ, YS 계열과는 결이 다르다”며 “이들은 과거 민주화세력과는 다른 급진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뿐 아니라 당 밖의 합리적 보수세력, 국민의당 사람들과도 다함께 원탁테이블에 마주앉아 뭉쳐야 한다. 누가 유리한지, 누구에게 흡수되는지 등을 따지지 말고 정권교체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영남 기반 보수정당에서 ‘호남 출신 당대표’라는 타이틀을 처음 거머쥐었던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탈당했다. 앞서 그는 2008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2014년 7·30 보궐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누르고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으로 기록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를 밟았다. 올해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황교안 전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자 서울 영등포을로 지역을 바꿔 무소속 출마했다 낙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