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3배↑… 자사주 매각해 순이익 120배 번 신풍제약

입력 2020-09-22 17:16

미래를 위한 투자자금 확보일까, 주가 급등에 맞춰 시세차익을 노린 걸까.

신풍제약이 자사주를 대량 매각하면서 주식시장에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전날 장 마감 후 자사주 128만955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2천153억5485만원이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처분 대상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사들인다. 이 금액은 신풍제약은 지난해 순이익(18억원)의 120배 규모다.

신풍제약 주가는 지난해 말 7240원에서 올해 들어 23배 가량 폭등했다. 신풍제약이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7월부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순이익의 120배나 되는 금액을 확보해 회사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풍제약에겐 고무적이다.

반면, 신풍제약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 사이에선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보통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각하는 시점은 주가가 가장 높은 때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자사주 매각 소식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풍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14.21% 내린 16만6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하한가 13만5500원에 근접한 13만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번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신풍제약 주주 게시판에는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개미만 호구네“, ”2000억원 먹튀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반면 ”지금이 매수 기회“, ”홍콩 헤지펀드가 들어온 것은 호재“라는 등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주주들도 적지 않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