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관 후보군 면접 중… “토요일까지 후임자 지명”

입력 2020-09-22 17: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후 오하이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의 후임자를 주말까지 지명하겠다고 공언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유력 후보자를 백악관으로 불러 직접 면담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긴즈버그의 후임자를 오는 25일이나 26일에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24일 긴즈버그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후임자 인선 절차를 공식화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자가 새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트럼프는 대선 전에 연방대법원 구성을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재편해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주로 선거 유세를 하러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유력 대법관 후보인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법원 판사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트럼프가 대법관 후임 인선을 위해 접견한 첫 번째 인사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배럿 판사가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직접 면담했다는 것은 그가 5명으로 알려진 후보군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대법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에이미 코니 배럿 제7 연방고등법원 판사가 지난 2018년 5월 19일 인디애나 사우스벤드 노트르담대 로스쿨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배럿 판사는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후임자를 지명할 때도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는 브렛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낙점했지만, 배럿의 인기는 이후에도 보수진영에서 계속됐다. 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자녀가 7명인데 이중 막내 아들은 산전 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인 것을 알고도 출산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2018년 이미 한 차례 유력 후보로서 검증과정을 거친 점도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대법관 인선 문제와 맞물려 미국에서는 낙태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확대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 인종정의 문제 등에 비해 뒤로 밀려있었던 낙태 논쟁이 보수 성향 대법관 임명 문제와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트럼프의 지명으로 또 한 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늘어날 경우 미 연방대법원 구성은 기존의 보수 5대 진보 4 구도에서 6대 3 구도로 바뀐다. 보수 진영에서는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를 인정한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새 대법원이 뒤집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안에 또 다른 유력 대법관 후보인 바버라 라고아(52) 제11연방고등법원의 판사도 만날 예정이다. 라고아 판사는 쿠바 이민자의 후손으로 배럿 판사만큼 보수색이 짙지는 않지만 정무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로 기울어 있는 히스패닉과 플로리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