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다 배가 고팠어요” 1800만원 ‘영유’의 배신

입력 2020-09-22 17:03 수정 2020-09-22 18:57
해당 유아 어학원에 갔다가 돌아온 아이들은 코에 상처가 났고 눈에는 멍이 들었다. MBC 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유기농 급식, 원어민 수업, 해외 사립고등학교 교환 프로그램, 유아 골프’ 등 호화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홍보하며 1년 학비를 최대 1800만원까지 받아온 유아 어학원의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는 이른바 ‘영어 유치원’이라고 알려진 유아 어학원에서 아이들을 방치하고 먹을거리를 제대로 주지 않는 등 부실 운영한 실태를 방송했다.

실제 어학원 내부 사진. MBC 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방송에 따르면 부모들로부터 고액의 학원비를 받아 온 이 어학원은 직원 임금을 체불하는가 하면 영어 원어민 교사가 수업을 진행한다는 광고와 달리 영어를 할 줄 모르는 교사를 고용해 수업을 운영한 정황도 드러났다.

아이들 수에 비해 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수업시간 도중 15분 가까이 교실에 아이들만 남겨둔 일도 있었다.

전에 사용했던 음식 사진을 재사용하는 등 아이들의 급식을 부실하게 준비한 정황이 포착됐다. MBC 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한창 자라날 시기의 아이들은 학원 측에서 급식 양을 적게 배식한 탓에 간식으로 배불리 먹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원에 다녔던 한 아이는 “친구들 다 배가 고팠다. 그런데 말을 못 했다. 왜냐하면 (선생님께 말하기가) 너무 힘들어서”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는 “말을 안하기는 무슨,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해 학원 상황이 어땠는지를 짐작게 했다.

급식 사진을 재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급식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에는 구도와 그림자까지 유사한 사진이 올라왔다. 학원 내 준비된 비상상비약의 제조 연월일은 2014년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만큼 좋은 곳으로 보내길 원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럼에도 해당 유아 어학원 대표는 기관이 문제 없이 운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어학원 대표는 ‘원생들이 낸 원비로 아이들이 100%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직원 월급과 교육비 환불) 체납액을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도 “학원이 운영되면 드리려고 준비를 했었다”면서도 “(학원이) 언론에 나가고 이런 문제들이 있다 보니 투자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 투자가 안된다는 말씀이냐’고 되묻자 “그렇게 탓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데 사실 그런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방송에 나온 유아 어학원을 찾기에 나섰다. 네이버 연관 검색어에 ’유아 어학원 어디‘라는 검색어가 등장하고, 각종 맘 카페를 중심으로 ‘실화탐사대에 나온 유아 어학원이 어디냐’는 글이 폭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아 어학원 문제를 바로잡기는 쉽지 않다. 유아 어학원은 학원으로 분류돼 유아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유치원의 경우 유아교육법에 따라 원장과 교사의 자격을 따라야 하고, 원 자체도 당국의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학원은 감독 대상이 아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