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절필 이후 첫 신작 시집 발표

입력 2020-09-22 15:52
안도현 시인이 22일 신작시집 출간 온라인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창비 제공

시인 안도현이 8년 만에 신작 시집을 들고 돌아왔다. 2017년 창작 활동을 재개한 후 처음으로 시집을 엮었다.

안도현은 22일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출간 간담회에서 “첫 시집을 내는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소 긴 시집 제목은 짧게 쓴 시를 연작시처럼 쓴 시 ‘식물도감’의 시구에서 따왔다. 안도현은 “시간이 갈수록 식물이라는 게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을 한다”며 “전에 갔던 변산반도 펜션에 2층까지 능소화가 피어있는데, 마치 작은 악기를 하나 걸어놓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도현은 2013년 “박근혜가 대통령인 나라에서는 시를 쓰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겠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2017년 ‘그릇’ ‘뒤척인다’를 쓰며 시작 활동을 재개했다. 절필과 관련해 안도현은 “휴식시간을 보내고 나니 시에 대해 약간 욕심도 덜 부리게 되고, 뭐든지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또 “시를 쓰면서 세상에 대해 바라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세상은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나 혼자 조바심 내고 뭔가를 해보려고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를 처음 쓰던 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으로는 “작은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꼽았다. 안도현은 “80년대 시를 쓰는 내 머릿속엔 민주화, 통일, 노동해방 이런 개념이 너무 많이 있었다”며 “(지금은) 좀더 작고 느리고 이런 것의 가치를 시로 써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시집 ‘시인의 말’을 “나무는 그 어떤 감각의 쇄신도 없이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고 마무리지었다. 이는 시인의 신상 변화와도 맞물린다. 시인은 지난 2월 40여년 간 거주하던 전북 전주에서 고향인 경북 예천으로 이주했다. 안도현은 “삶의 환경이 한 번 바뀌게 되면 시도 좀 바뀌게 되는 것 같다”며 “아파트 같은 높은 데 살다시피 했는데 땅에 발을 딛고 살게 돼서 내 몸 자체가 다르게 반응할 거 같기도 하고,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