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죽인 용의자 중 한 명인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에서 추방돼 북한으로 돌아간 뒤 지금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정보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리정철이 북한으로 돌아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를 데리고 중국으로 가서 활동을 재개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대립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리정철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로 김정남을 독살한 혐의로 시티 아이샤(27·인도네시아), 도안 티 흐엉(31·베트남) 등 여성 2명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다른 북한 용의자 4명은 그대로 도주했다. 하지만 리정철은 암살 사건에 관여한 충분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3주여 만에 석방됐고, 다른 두 여성도 증거 불충분으로 2년여 뒤 풀려났다.
마이니치는 리정철이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부인, 딸, 아들과 함께 머물렀고 딸이 말레이시아의 대학에 다니기도 했다며 “해외 파견 시 도주를 막기 위해 가족을 북한에 남기는 당국의 관행에 비춰보면 매우 특이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했고, 김정남 살해 후 이뤄진 압수수색 때 현금 3만8000달러(약 4400만원)가 발견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PC, 태블릿 단말기,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고 리정철이 북한에 돌아갈 때 반환했지만 이후에도 복사한 자료 분석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 결과 리정철이 말레이시아산 팜유 등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이 파악됐으며 일본제 트레일러, 크레인 차량, 굴착기 등의 사진이나 문서가 다수 확인됐다. 이들 장비는 제3국을 거쳐 이미 북한으로 이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리정철을 북한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본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1일 리정철과 딸 리유경, 말레이시아인 간치림을 대북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자금세탁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정철 등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재판 회부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