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부모?’ 미숙아 딸 15시간 엎어 재우고 술 마신 20대 부부

입력 2020-09-22 15:00 수정 2020-09-22 15:33

목을 가누지 못하는 생후 3개월 딸을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이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나

A씨는 2019년 4월 오후 6시쯤 딸을 엎어서 재운 뒤 아내 B씨와 술을 마시러 외출했다. 딸은 미숙아인 데다 생후 3개월밖에 되지 않아 혼자서 목을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그날 오후 8시30분쯤 귀가했다. 하지만 딸의 상태는 확인하지 않은 채 잤다. B씨는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지 않았다. B씨는 다음 날 아침 A씨를 불러 식사를 한 뒤 집에 오지 않고 출근했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A씨는 오전 9시30분쯤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15시간 30분이나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한 둔 것이다. 119구급대에 신고했지만, 딸은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검찰은 A씨 등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의 부검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미숙아 보호하지 않은 부부 … 법원 ‘아동학대 인정’

부부는 평소에도 딸을 보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부는 딸이 있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웠다. 1주일에 2~3회 이상 아이만 집에 남겨두고 외출해 술을 마셨다. 숨진 딸의 엉덩이는 오랫동안 기저귀를 갈지 않아 생긴 발진으로 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3살짜리 아들도 보호를 받지 못했다. 아들의 몸에서는 악취가 났다. 부부는 수사기관에서 “아들을 3일에 1번 씻겼다”고 진술했다. 집은 술병과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부부는 “직장생활로 인해 양육이 부족했지만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딸의 사망 추정 시간 범위가 15시간 30분에 달해 부부의 방임을 사망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부부의 혐의를 인정했다. A씨에게 징역 5년, B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이를 4시간 넘게 엎어놓은 채로 내버려 두면 질식 위험이 있다는 것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다”며 부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딸을 두고 자주 아내와 술을 마시러 나갔는데 이렇게 방치하다보면 사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아이가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아내와 다툼이 생겨 어쩔 수 없었다”는 A씨 진술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런 진술을 토대로 “이들 부부가 자신들의 방임으로 딸이 충분히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동학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경미한 벌금형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었고 ▲B씨는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었으며 ▲B씨가 당신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 ▲부부가 아들을 양육해야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었다. 다만 B씨가 구속 수감 중 사망하면서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A씨의 형량은 B씨 사망으로 커진 양육 부담을 고려해 징역 4년으로 줄였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