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어린이들 앞에서 단체로 옷을 벗고 몸을 보여주는 덴마크의 어린이용 TV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 방송은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아이들에게 전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덴마크의 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울트라 스트립스 다운(Ultra Stirps Down)’을 소개했다. 지난해 방송을 시작해 덴마크 어린이 TV프로그램 상을 수상한 이 프로그램은 시즌 2를 맞이했다. 국영 방송인 DR의 어린이 채널 Ultra에서 방영한다.
녹화에 참여한 어린이들 나이는 11~13세다. 본인 스스로의 결정과 부모의 동의를 거쳐 방청석에 앉았다. 나체를 보여주는 어른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이들은 인종, 키, 성별, 몸무게 등이 모두 다르며 매회 5명씩 출연한다. 어린이들은 성인 나체를 본 뒤 “몇 살부터 생식기에 털이 났는지” “문신을 제거할 생각이 있는지” “스스로의 몸에 만족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해당 프로그램은 덴마크에서 이미 인기있는 방송이다. 아이들 스스로 탐험하고 학습하는 교육방식을 덴마크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육아 전문가로 유명한 소피 뮌스터도 “우리는 방송에 대한 비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덴마크식 양육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보다 노출시키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덴마크는 어린이 교육에 대해 진보적인 태도로 잘 알려져 있다. 2014년에는 아이들에게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에서 기린을 안락사하고 해부하는 과정을 맨 앞줄에서 관찰하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덴마크내에서도 비판은 나온다. 보수 정치인으로 알려진 피터 스카럽 의원은 현지 언론 BT를 통해 “어린이들이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대해 배우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적절한 시기에 성과 신체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성 교육은 학교나 부모님에 의해 실시돼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저속한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며 “아이들을 타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덴마크의 한 TV쇼가 ‘자기 몸 긍정주의’를 알리기 위해 성인들을 나체로 어린이 앞에 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을 기획한 진행자 재니크 쇼우(29)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성적 행위와 상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그저 자연스러운, 있는 그대로의 몸을 보는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