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증거인멸교사’ 무죄 판단, 정경심도 적용받나

입력 2020-09-22 11:10 수정 2020-09-22 15:07

“피고인은 증거인멸의 교사(敎唆)범인가, 아니면 공동정범인가.”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받은 공통 질문이다.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여부는 증거인멸 혐의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형법은 자기 형사사건의 증거를 직접 인멸하는 행위(공동정범)는 방어권 보호 차원에서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사건이라도 타인을 시켜 증거를 없애는 행위(교사범)는 국가의 사법권을 적극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조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회사 직원들을 시켜 웅동학원 관련 문서 등을 파쇄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지난 5월 27일 공판에서 “직원들이 서류를 옮기고 파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현장에 함께 있었던 걸로 보인다”며 “조씨가 증거인멸의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조씨는 증거인멸 교사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판단된다는 암시가 깔려 있었다. 결국 이 재판부는 “조권은 증거인멸 행위의 전 과정에서 핵심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공동정범”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쟁점은 정 교수 재판에서도 반복됐다. 정 교수의 공소사실 중에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출자자에게 투자처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 등을 코링크PE 직원들을 통해 뒤늦게 펀드운용현황보고서에 포함시킨 혐의(증거위조교사)가 있다.

정 교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지난 6월 18일 검찰에 “정 교수가 (증거위조의)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알려 달라. 교사범이면 처벌되는데 공동정범은 처벌되지 않는다”며 관련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씨 재판부처럼 ‘증거인멸의 공동정범은 무죄’라는 법리를 짚은 것이다. 재판부가 정 교수를 증거위조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할 경우 조씨처럼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조씨의 증거인멸 사안과 달리 정 교수는 실제 인멸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여한 공동정범으로 볼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 사건과 달리 정 교수는 직접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선 공판에서 “정 교수는 교사를 받은 코링크PE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공동정범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3일 정 교수를 증거위조의 교사범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대해 “방어권 행사 차원을 뛰어넘는 위법성과 가벌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1심에서 정 교수와 공모해 증거인멸교사 범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 점, 자산관리인 김모씨의 1심에서 정 교수 지시를 전제로 증거은닉 유죄 선고가 나온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