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서울시 비서관 “주변에 성추행 호소 들은 사람 없다”

입력 2020-09-22 09:43 수정 2020-09-22 10:15
조문객들이 7월 11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분향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민경국 전 서울시 기획비서관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피해자’ 대신 ‘고소인’이란 단어를 쓰며 “시장님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민 전 비서관은 22일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017년 5월부터 2020년 7월 10일까지 근무했다”며 “시장님 대면 보고를 주 1회 이상 했기 때문에 시장실 데스크 비서들과는 자주 만났다. 같이 식사나 술자리를 하기도 했다. 잘 지냈다”고 운을 뗐다. 민 전 비서관의 근무 기간은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 비서로 근무한 기간(2015년 7월~2019년 7월)과 겹친다.

민 전 비서관은 ‘피해자’ 대신 ‘고소인’이란 단어를 쓰며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시장 비서로 지원한 적이 없었다”는 A씨 측 주장에 “시장실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인사과에서 후보 리스트를 만든다. 저희가 그 리스트에 있는 분들을 검토하고 면접 대상자를 선정한 뒤 의사가 확인되면 면접을 한다”며 “또 (면접에서 붙으면) 근무 의사를 전제로 인사 발령을 내게 된다. A씨는 시장실을 자의에 의해 온 것이다. 원하지 않는 사람을 근무하게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이진 않았으나 여러 차례 전보 요청을 했고, 묵살당했다”는 A씨 측 주장에는 “개인 사정이나 성추행 같은 피해가 있다면 고충 상담제도를 통해 전보할 수 있다. 그런데 고소인은 고충 상담제도를 신청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전보 요청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식사 또는 술자리에서 ‘어디 가고 싶다, 옮기고 싶다’는 이야기는 일상적이다. 성추행 피해 호소를 전제로 전보 요청을 해야 묵살되는 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A씨의) 성추행 호소를 들은 사람이 없다”고 부연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에둘러서 전보 요청을 했기 때문에 ‘묵살’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국민일보 DB

A씨가 박 전 시장이 아닌 다른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른바 ‘4월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징계 요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문자를 받은 건 사실이다”라면서도 “서울시 성폭력 대응 매뉴얼 절차는 피해자가 신고하거나 공적 기관에서 조사가 시작됐을 때 (가해자) 대기 발령이나 인사 조치 직위 해제를 할 수 있다. 피해자 문자만으로 직위상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공식적인 창구로 들어오나 조직이 일찍 알게 된 것이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데 직위 해제 같은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김재련 변호사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업무에 대한 권한이 있지는 않았다. 매뉴얼 상 임의로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약 피해자 말대로 신고에 대응했는데 나중에 저한테 2차 피해를 물으면 어떻게 하냐”고 답했다.

“4월 사건이 서울시 내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맥이 같다”는 김 변호사 측 주장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구조적 문제를 변호사나 고소인이 언제부터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게 어떻게 구조적으로 시장님 사건과 연결되냐”며 “제기된 의혹들이 ‘전혀 아니다’라는 많은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말하는 건 언론 플레이다. 돌아가신 시장님에 대한 잔인한 명예훼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실에 대한 질문은 끝이 없다”며 “제발 김재련 변호사한테 질문해 달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A씨 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 전 시장 피해자 2차 가해, 용납 안 된다”라는 취지의 사설을 공유하며 “때 낀 채 사는 사람들”이라며 “몸에 때 낀 사람들, 맘에 때 낀 사람들, 눈에 때 낀 사람들, 입에 때 낀 사람들, 귀에 때 낀 사람들, 뇌에 때 낀 사람들…. 제 처지에 알맞은 방법으로 좀 닦아내며 삽시다”라고 비판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