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의원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야당 의원들이 곧바로 항의하며 사과를 촉구하자 추 장관은 “원만한 회의의 진행을 위해 유감스럽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셨죠?”라는 말을 건넸던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도 비난이 쏟아지자 서 장관은 “오랫동안 같이 앉아 있어서 인사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추 장관의 사과와 서 장관의 해명을 들은 비난의 대상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이 유감을 표시하면서 전제를 달았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논란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작됐다. 정회가 선포된 후 서 국방부 장관이 “많이 불편하셨죠?”라며 추 장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고 추 장관은 “어이가 없다. 저 사람은 검사 안 하고 국회의원 하기를 참 잘했다. 죄 없는 사람 여럿 잡을 것 같아”며 웃었다.
추 장관은 특정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회 직전 질의자가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김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추 장관과 서 장관의 이런 사적인 대화는 마이크가 미처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와 그대로 생중계됐다.
8분간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추 장관의 해당 발언을 지적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의 ‘소설 쓰시네’ 발언 이후 법사위에서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었느냐. 질의한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이크 켜진 상태에서 저렇게 말하는 것이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며 추 장관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추 장관은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유감스럽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사과를 거들며 “추 장관이 사과한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달라는 말을 간곡히 드린다”고 했다.
당사자인 김도읍 의원은 “추 장관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회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라는 전제를 달았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냐’고 물은 서 장관도 이해가 안 되고, 추 장관은 국민에게 피로감 주고 분노하게 하는 장관”이라고 한 김 의원은 “그럼에도 소 의원이 유감 표시하고 이해해달라고 하니 저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모욕적이지만 이해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은 당의 조수진 의원도 서 장관 발언을 지적했다. 이에 서 장관은 “오랫동안 같이 앉아 있어 인사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의혹을 물어봐야 하는 처지는 생각 안 하느냐”며 반격했고 이에 서 장관은 “의원님들도 고단하겠다”고 답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