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남성 다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불명예 퇴진한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77)이 소송을 통해 거액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레바인이 지난해 8월 메트 오페라로부터 350만 달러(약 41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소송 종결에 합의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시각으로 21일 보도했다. 양측의 합의 조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바인은 지난 2018년 3월 메트 오페라로부터 해고당했다. 그는 성추문으로 물러난 뒤 침묵을 지키는 다른 저명 인사들과 달리 전 직장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예약조건 위반 등에 따라 58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레바인의 성추행 증거들을 확보한 메트 오페라도 물러서지 않고 맞소송에 나섰다. 양측은 소송 비용만 수백만 달러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2019회계연도 메트 오페라의 소송 비용은 무려 180만 달러가 넘었다.
다만 대부분은 보험사에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로 메트 오페라가 레바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350만 달러도 보험사에서 낸다. 결국 메트 오페라가 직접 주는 비용은 290만 달러다.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총감독은 이사회에 ‘우리에게 유리한 내용의 합의’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트 오페라에서만 40년 이상 일해온 레바인은 과거 10대 남성 다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불명예 퇴진했다. 레바인의 성추행은 미국의 성추행 폭로 파문인 ‘미투’ 캠페인 속 2017년 12월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일리노이주의 40대 남성은 15살 때인 1985년 레바인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낸 것이 일간 뉴욕포스트에 처음 보도되면서다. 이어 수십 년 전 10대 때 레바인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는 다른 남성 2명의 폭로가 뒤따랐다.
1972년 메트의 수석지휘자가 됐고 197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레바인은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메트에서 2500회 이상의 공연을 지휘한 마에스트로였다. 파킨슨병으로 2015~2016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명예 음악감독 직을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성 추문에 따른 메트의 정직 조치로 2017년 12월 1일 베르디의 ‘레퀴엠’ 공연 지휘를 끝으로 무대에서 물러났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