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켜진 줄 모르고 나온 秋의 진심…“어이가 없어”

입력 2020-09-21 20:13 수정 2020-09-21 20:28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어이가 없어서. 저 사람은 검사 안하고 국회의원 하길 정말 잘했어요. 죄 없는 사람을 여럿 잡을 것 같아. 허허”

21일 저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정회 직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고 서욱 국방부장관에게 한 말이다. 회의장 음소거 직전, 추 장관의 해당 발언이 그대로 생중계로 송출됐다.

추 장관은 특정 의원을 거론하진 않았다. 다만 마지막 질의자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인 점을 고려할 때 추 의원의 발언은 야당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김 의원은 서 장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군 생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집중 질의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의 발언을 두고 “(과거) 추 장관께서 ‘소설쓰시네’ 발언을 한 이후로 법사위원회에서 얼마나 많은 논란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의 고성이 오갔느냐. 법사위가 희화화됐다”며 “(추 장관이) 마이크도 켜져있는데 질의한 의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로 옆의 국방부 장관에게 국회의원 상대로 이렇게 모욕적인 언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이 다 듣도록 만들고 도대체 뭡니까”라고 항의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의혹 제기가 아예 근거 없는 것도 아니고, 인사복지실 문건 가지고 질문하는데”라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야당의 항의에 대해 “유감스럽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한두 번도 아니고 추 장관의 설화가 전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고 분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진화에 나선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중에 그런 말씀을 했다면 심각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상범, 김도읍 의원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간곡한 말씀 드린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시계를 보고 있다. 왼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서욱 장관도 도마에 올랐다. 서 장관은 정회 직후 추 장관에게 “많이 불편하시죠”라고 했다. 아들 관련 의혹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질의를 이어가자 이를 위로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서 장관에게 해당 발언의 진의를 물었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은 “오랫동안 같이 앉아있어서 인사드린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이 “질의하는 야당에 대해서는. 의혹 물어봐야 하는 처지는 생각 안 하느냐”라고 하자 서 장관은 “의원님들도 고단하겠다”고 답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