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에서 ‘아이템 조작’ 사건이 또 발생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서버 운영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게임사가 갖고 있는 탓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처지다. 이 참에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달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발발한 PC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아이템 조작 사건은 보름여가 지난 현재에도 뜨거운 감자다. 게임 개발사 네이플의 한 직원이 서버 관리 권한을 남용해 수천만원 상당의 게임 내 최고 수준 아이템을 부당하게 갖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금껏 힘들게 ‘파밍(캐릭터 능력을 상승시키는 활동)’해온 이용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를 표출했다.
네오플의 모회사인 넥슨은 이번 사건을 특정 직원의 일탈 행위로 선을 그었다. 넥슨에 따르면 네오플은 지난 1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부정 행위가 확인된 직원에게는 해고 조치를, 지휘계통에 있는 직책자에게는 정직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해당 직원을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넥슨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DB툴 작업 프로세스 취약점 보완, 점검 중 테스트 프로세스 개선, 어뷰징 의심 신고 프로세스 추가, 직원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명에도 이용자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큰 박탈감을 경험한 이용자들은 특정 직원에 대한 징계가 무너진 신뢰를 메울만한 조치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게임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번 던파 사건은 그 직원이 지나치게 티를 냈기 때문에 발각된 게 아닌가. 들키지 않았으면 지금도 (조작 행위를) 하고 있지 않았겠느냐”고 일갈했다.
게임 내 조작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한 모바일 야구게임은 아이템 강화 성공률 103%로 표기된 아이템이 깨지는(실패하는) 괴이한 상황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후 게임사측은 “프로그램상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제시하지 않아 이용자의 의심을 가중했다.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이템 확률 조작 혐의로 3개 게임사에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한 적이 있다. 한 게임사는 게임 내 캐릭터 획득 확률을 조작했다가 공정위 단속에 걸렸다.
온라인게임은 10~30대 젊은 이용자가 많다. 온라인에서조차 공정한 경쟁이 담보되지 않으면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게임 내 조작 행위는 명쾌한 해명 없이 사장돼왔다. 대개 찝찝함을 남긴 채 잊히는 게 다반사다.
방지책을 마련하자니 현실적으로 힘들다. 애초 온라인게임 서버에 대한 소유권이 게임사에 있기 때문에 게임사 직원의 범죄·일탈 행위에 대한 외부의 관리·감독은 한계가 있다.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 서버는 외부 기관의 감사·감시 대상이 아니다. 방지책이 없기 때문에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는 직원은 손쉽게 조작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 서버는 근본적으로 게임사의 재산이다. 외부 접근을 제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게임 아이템이 실물 재산과 같은지는 명확히 규명된 게 없다. 다만 이를 통해 재산상 이득을 부정하게 취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게임 아이템을 편법으로 취득해 5억7000여만원의 이득을 챙긴 20대 2인조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이동섭 전 의원은 버그, 확률 불일치, 보상 미지급 등의 문제로 이용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게임사가 즉시 민원을 처리하게끔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게임 내 깜깜이 운영을 방지한다는 취지인데 법안이 국회 본회의로 상정되진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선 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지난 7월 대표 발의했다.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직원의 일탈 행위다”라면서 “당장 게임 내 사기 행위에 대한 정의부터 불분명하다.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된다면 게임사 입장에서 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