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길을 헤매던 치매 노인을 극진히 보살핀 광주의 집배원 최현철(31)씨가 21일 한 말입니다. 자신 덕분에 한 할머니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는데도 ‘당연한 일이었다’며 사례를 고사한 최씨. 지난달 말,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길가에서 그가 베푼 선행을 전합니다.
최씨는 이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를 목격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목적지를 잃은 듯 서성이고 있었죠. 바쁜 근무 시간이었지만 최씨는 할머니를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다가가 사정을 물어보니 할머니는 치매 증상을 보이며 “집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심히 살펴보니 할머니의 목걸이에 보호자의 연락처가 적혀있었습니다. 최씨는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알렸고, 보호자가 올 때까지 할머니를 보살피기로 했습니다.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할머니가 많이 놀랐던 모양입니다. 최씨는 안절부절못하는 할머니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대화를 건넸습니다. 빵을 드리기도 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만큼 놀랐을 가족들이 달려왔습니다. 최씨 덕분에 할머니는 안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가족들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사례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최씨가 한사코 거절했다고 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가족처럼 느껴져 잠시 살펴드린 것뿐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이른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집배원들은 할당량을 소화하기 위해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다고 합니다. 점심을 거르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퇴근이 늦어지는 날도 많고요. 아마 최씨도 이날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찰나의 순간, 최씨는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함을 알아채고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사회에 작지만 따뜻한 정이 전해질 수 있도록 국민의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씨의 이 말은 분명 진심일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