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석의 황교안 “희생양 삼겠다면 내가 책임”

입력 2020-09-21 17:40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황 전 대표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21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등 전·현직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 27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후 재판에 출석한 황 전 대표는 준비해 온 원고를 낭독하며 정당방위였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황 전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은 공정에 어긋나고 공수처법은 정의에 반해 공정과 정의의 본래 가치를 비틀고 왜곡했다”며 “결과가 뻔히 보이는 악법을 어떻게 통과되도록 방치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임이고 국가에 대한 배신”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결사 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는 당을 대표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법원이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면 저로 충분하다”며 “무더기로 기소된 당직자 27명이 아니라 나만 벌하라”며 “불의에 맞서 책임져야 할 상황이라면 명예롭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재판에 출석했던 나 전 원내대표 역시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나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의 일을 하다 법정에 서게 된 것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선 “패스트트랙 충돌은 다수 여당의 횡포와 소수의견 묵살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반박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입법부 문제는 입법부에서 해결해 온 의회 전통을 저버린 것이라며 비판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나름대로 의회의 전통이 있다”며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국회 차원에서 매듭 짓고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 벌어진 일이 재판 대상이 된 일에 대해서 참담함을 느낀다. 정치는 정치의 몫으로 남겨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공소사실 요지 등을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요약해 발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다수의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국회 내 폭력행위, 이른바 패스트트랙 절차 등을 방해한 혐의에 관해 국회선진화법을 최초로 적용해 기소한 사례”라며 "국회의원들이 폭력행위로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했고 그 과정이 생방송 됨으로써 커다란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향후 이런 국회 폭력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법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한 판단으로 국회 회의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민경욱 전 의원을 제외하고 피고인 대부분이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민 전 의원에 대한 구인장 발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