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대비하며 소비자들은 제수용품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는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연이어진 태풍 등의 기상 악재로 제수용품 물가가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에 어떤 품목을 어디에서 사야 조금이나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이하 센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이 추석 제수용품의 소비자가격을 조사했다. 소진공은 지난 7~10일간 전국 37곳의 전통시장과 인근 대형마트 37곳을 대상으로 했다. 센터는 지난 10~11일간 서울 내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를, aT는 지난 16일 전국 19개 지역에서 18개 전통시장,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자가격을 조사했다. 세 곳이 조사한 제수용품 평균 구입비용은 27만~29만원이었다. 공통적으로는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구매하는 게 대형마트에 비해 20~30%가량 저렴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일반슈퍼,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유통업태별 품목에 따른 가격을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전통시장이 가장 저렴했다. 센터에 따르면 백화점, SSM, 대형마트, 일반슈퍼, 전통시장 순으로 가격이 비쌌다. 그럼에도 사과와 밀가루, 청주 등 몇몇 품목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나 SSM이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황 나빴던 채소류와 ‘대란’ 겪은 육류는 전통시장이 제일 저렴
긴 장마와 태풍 등의 기상 악재로 물가가 크게 뛴 채소류는 전통시장이 가장 저렴했다. 대형마트와 가격을 비교해보면 크게는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소진공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에서 파는 고사리가 64.5%, 깐도라지는 64.1% 저렴했다. 다른 유통업태와 비교해도 채소류는 전통시장에서 사는 게 가장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지난 5월 전국민에 지급됐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가 크게 늘었던 육류 역시 전통시장이 업태에 따라서는 반값 수준으로 가장 저렴했다. 센터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비교해보면 탕국용 쇠고기(600g)는 전통시장에서 2만8600원이었지만 대형마트에선 5만335원에 판매됐다. 수육용 쇠고기(600g) 역시 전통시장에선 2만6375원이었는데 대형마트는 3만8514원이었다. 이외에도 산적용 쇠고기나 돼지고기(다짐육) 모두 전통시장에서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으니 육류를 저렴하게 사고 싶다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사과는 대형마트나 SSM에서, 밀가루·청주는 대형마트로
사과, 두부, 밀가루, 청주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도 저렴했다. 특히 사과(5개 기준)는 대형마트가 2000원가량 저렴했고, SSM이 근소한 차이로 대형마트보다 조금 더 쌌다. 센터가 조사한 가격을 보면 사과는 SSM이 9751원, 대형마트가 9783원, 대형마트가 1만1507원으로 나타났다.밀가루(1㎏)는 조사한 곳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1100~1200원 사이로 대형마트가 가장 저렴했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300원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청주(1.8ℓ)도 대형마트가 9900~1만원선이었던 반면 전통시장에선 1000원가량 비쌌다. 두부 역시 두 곳에서 1000원가량 차이가 났고 대형마트가 더 저렴했다.
언제 사는 게 가장 저렴할까
품목에 따라 구매하는 시기를 달리하면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aT는 추석 제수용품 10개 품목의 지난 10년간(2010~2019년) 추석 1개월 전 가격변화를 분석해 품목별 알뜰 구매가 가능한 시기를 소개했다. 사과·배와 같은 과일류는 제수용 수요가 많은 시기(5일 전~당일)를 피해 일주일 전쯤 구매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 명태 같은 수산물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추석 4~6일 전에 구매하는 게 좋고, 배추·무·시금치 같은 채소류는 수요가 집중되는 1~2일 전을 피해 3~5일 전쯤 구매하는 게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쇠고기·돼지고기는 선물용 수요가 증가하는 시기(추석 1~2주 전)를 피하고, 닭고기·계란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추석 4일 전부터 당일에 구매하는 게 알뜰한 구매가 가능하다.한편 정부는 추석 제수용품 수급 안정과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오는 30일까지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농축수산물을 10~30% 할인해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한 품목에 따라 저렴한 판매처를 미리 파악한다면 더 낮은 가격에 제수용품을 구매해 알뜰한 장보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