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타는 정부세종청사 엘리베이터지만 때때로 좌측 상단에 시선을 빼앗기고는 한다. 이 위치에 설치된 액정표시장치(LCD) 속 국정홍보영상이 눈길을 잡아끄는 주인공이다.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무료한 공간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무의식적으로 집중할 때가 있다. 최근 접한 병무청의 ‘병적별도관리제도’ 홍보영상에도 이런 식으로 두 눈과 귀가 기울어졌다.
2017년 9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를 홍보하는 영상이 전한 음성은 이렇다. “병무청은 반칙과 특권 없는 공정 병역을 위해 사회 관심계층의 병역을 빈틈없이 관리한다. 병역 기피, 병역 꼼수를 예방한다”가 주요 골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딴 나라 얘기를 하나하고 귀를 의심했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 병역’이란 음성과 민심을 둘로 쪼개 놓은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게 들린다.
물론 홍보영상의 주인공인 해당 제도 자체는 이번 논란과 관련이 없다. 병적별도관리제도는 국회의원과 4급 이상 공무원의 자녀, 연예인, 운동선수가 병역을 기피하지 못하도록 별도 관리하는 제도다. 이미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시작한 추 장관의 아들에게 적용되는 사안은 아닌 것이다. 홍보영상이 의도적으로 이 시기에 편성된 것도 아니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21일 확인한 결과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 표출되도록 일정이 짜여 있었다.
그렇더라도 씁쓸하게 남는 여운만큼은 지우기가 힘들다. 입대 전부터 이렇게 철저히 관리한다고 자화자찬을 할 거라면 입대 후에도 외압이 없도록 관리해야 하는 게 당연지사 아닌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서류조차도 ‘행정적 오류’라며 내놓지 못한 국방부의 행태는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청년의 날에 37번이나 ‘공정’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에도 생채기를 낼 수 있는 일이다.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122대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홍보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런 홍보영상을 접하는 공무원과 민간인들이 실소를 내뱉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당장 고민해야 할 숙제는 ‘야당 대응’이 아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