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 폭행 사건 당시 당사자 여성이 “대인기피증이 생긴 상황”이라며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 김병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28)와 남성 B씨(23)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구형했다.
A씨와 B씨 등은 지난 2018년 11월 이수역 인근 맥줏집에서 각자 일행과 술을 마시던 중 시비가 붙어 서로에게 약 2주간 상해를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건은 조사 결과 A씨가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녀에게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발언)이 돈이 없어 싸구려 맥줏집에서 여자친구 술을 먹인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다른 테이블에 있던 B씨 등 남성 5명이 “저런 말 듣고 참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 응수하고 다시 A씨 일행이 “한남충끼리 편먹었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시비가 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처음에 A씨 측이 남성들의 인신공격으로 폭행당했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여성 혐오 범죄’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여성들이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성 대결 양상으로 더 확산됐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로부터 야기된 사건이긴 하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되면서 평생 경험하지 못한 관심과 댓글들을 A씨가 감내하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현재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심부터 사실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해 관대한 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B씨 측 변호인 역시 “도주 의사가 없었고, 상해를 가할 의도도 없어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행동이 소극적·방어적 행위이며,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청와대 청원에서 나쁜 사람으로 매도당하며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가담 정도와 상호 합의 등을 고려해 A씨와 B씨를 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고, 법원도 같은 금액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이 불복하면서 정식재판으로 이어졌다.
1심에서 법원은 A씨의 상해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한 대신 “이 사건은 A씨의 모욕적인 언동으로 유발돼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당시 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