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육군참모총장에 지상작전사령관인 남영신(학군 23기·사진) 대장을 내정하는 등 5명의 대장 인사를 단행했다. 남 대장 내정으로, 51년간 이어진 ‘육군총장=육군사관학교 출신’ 공식도 깨졌다. 국방개혁과 육사 중심 인사 관행 탈피를 강조해온 문 대통령이 또 한번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육군총장직마저 ‘비육사’ 출신이 꿰차면서 “육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또 공군참모총장에 이성용(공사 34기)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에는 김승겸(육사 42기) 육군참모차장, 지상작전사령관에는 안준석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육사 43기)을 내정했다. 2작전 사령관에는 김정수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 지명됐다.
국방부는 육군참모총장 내정과 관련해 “서열과 기수, 출신 등에서 탈피해 오로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우수인재 등용에 중점을 뒀다”며 “창군이래 최초로 학군장교 출신인 남 대장을 육군총장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남 후보자는 “‘국방개혁 2.0’ 완수에 최선을 다하고 서욱 전임 총장이자, 현 국방부 장관이 추진하신 ‘한계를 넘어선 초일류 육군’이라는 비전에 벽돌을 하나 더 쌓는다는 생각으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남 후보자는 울산 출신으로 동아대를 졸업한 뒤 소위로 임관했다. 제7공수특수여단장, 제3사단장, 육군특수전사령관, 국군기무사령관, 군사안보지원사령관 등을 거친 야전작전 및 교육훈련 분야 전문가다.
22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남 후보자는 1948년 창군이래 최초 학군 출신 육군총장, 1969년 임명된 서종철 육군총장(육사 1기) 이후 계속된 육사 출신 육군총장 관행을 깨뜨린 인물로 각각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17년 9월 비육사 출신 첫 육군특수전사령관이라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또 한번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되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육사 중심의 인사 관행을 탈피해온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인사로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육군총장 자리는 육사 출신의 것’이라는 관습적인 생각을 완전히 깨버린 파격 인사”라고 말했다. 육사 ‘최후의 자존심’인 육군총장 자리에 비육사 출신을 앉힐 정도로 군 쇄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국방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중을 재차 드러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남 후보자는 국군기무사령부 해편(해체 후 새로 편제)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 작업을 비교적 매끄럽게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과 손발을 맞춰 속도감 있게 국방개혁을 진행해달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과 전작권 전환, 병영문화 혁신 등 주요 국방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우선 고려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사관학교 출신들의 군 고위직 독식 현상이 육사만의 일이 아닌데, 육사가 본보기로 차별 당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군 소식통은 “육사 출신이기 때문에 견제를 받고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장관이 육사 출신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이번 인사를 단행했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