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도쿄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유치위)의 업무를 대행한 회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측에 거액의 ‘검은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났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유치위가 컨설팅 업무를 맡긴 싱가포르 업체 블랙타이딩스(BT)가 세네갈 출신인 라민 디악(87) 당시 IOC 위원의 아들 파파맛사타(55) 등에게 거액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1일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미국 버즈피드 뉴스,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라디오 프랑스 등이 확보한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프랑스 당국 자료 등에 따르면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유치위는 BT에, BT는 파파맛사타 등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2015년까지 16년 가까이 IOC 위원을 지내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도 역임한 라민 디악은 2020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관한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IOC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도쿄로 결정한 것은 2013년 9월 7일의 일이다. 자료에 따르면 BT는 2013년 7월 29일, 그리고 같은 해 10월 29일 유치위로부터 232만5000달러(약 27억305만원)를 송금받았다.
파파맛사타가 보유한 러시아 계좌에는 2013년 8월 27일과 같은 해 11월 6일, 2014년 1월 27일 등 수차례에 거쳐 BT 계좌에서 송금된 15만 달러(약 1억7385만원) 가량의 돈이 입금됐다.
BT는 파파맛사타와 관련된 회사인 PMD컨설팅의 세네갈 계좌에도 2013년 11~12월 21만7000달러(약 2억 5150만원)를 송금했다. BT는 파파맛사타가 구입한 고급 시계 대금 명목으로 파리의 귀금속·시계점에 2013년 11월 8일 8만5000유로(약 1억1719만원)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유치위원장이었던 다케다 쓰네카즈(72)는 이번에 드러난 송금 내용에 대해 “BT에 돈을 지불한 후의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부정한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은 2016년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프랑스 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체 조사팀을 꾸려 조사한 후 “BT가 어떤 식으로 자금을 썼는지 유치위가 알 수 없다”고 발뺌했다.
라민 디악은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조직적 도핑 은폐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16일 파리 법원으로부터 금고 4년(2년 실형·2년 집행유예) 벌금 50만 유로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파파맛사타도 아버지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징역 5년형과 벌금 100만 유로를 선고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