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영웅 프로젝트? 뮬란 아빠 닮은꼴 ‘시끌’

입력 2020-09-21 15:49 수정 2020-09-21 15:52
왼쪽 중국 시진핑 주석. 뉴시스, 오른쪽 영화 뮬란에서 뮬란 아버지 역을 연기한 배우 티지 마. 뮬란 예고편 캡처

“‘뮬란’을 보는데 자꾸 시진핑 주석이 떠오른다.”

지난 17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뮬란’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똑 닮은 외모로 화제와 논란이 일고 있다. 시 주석 닮은 꼴 배우를 통해 중국 당국과 14억명의 거대 시장을 유혹해보려는 노림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뮬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영화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뮬란 아빠가 시 주석과 너무 닮았다’ ‘몇 번이나 다시 봤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일부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도 ‘보자마자 시진핑인 줄 알았다’ ‘중국에 잘 보이기 위한 디즈니의 캐스팅일지도 모른다’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뮬란 속 티지 마. 뮬란 예고편 캡처

'중국의 아버지' 서사 몰아주기 위한 흑막?

아콰피나와 티지 마. 티지 마 인스타그램 캡처

1998년 개봉한 뮬란 애니메이션 속 뮬란의 아버지(왼, 뮬란 스틸컷)와 2020년 개봉한 뮬란 실사판 속 뮬란의 아버지(오, 뮬란 예고편)

‘뮬란’의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는 1962년생 중국계 미국인인 ‘티지 마(Tzi Ma)’이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성장했다. 출연작으로는 미국 유명 드라마 ‘CSI’ ‘ER’ 등이 있다. 최근에는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영화 ‘페어웰’에서 주인공 빌리(아콰피나 분)의 아버지 역할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될 때 관객들이 중요시하는 것 중 하나는 캐스팅의 싱크로율이다. 싱크로율이 높으면 기존 팬들이 실사판 캐릭터에 더 쉽게 감정이입과 몰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뮬란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티지 마의 경우 원작의 뮬란 아빠와는 겉모습 면에서 다소 동떨어진다는 의견이 각종 SNS를 타고 퍼졌다.

그 탓에 디즈니가 중국의 눈치를 보기 위해 영웅 ‘뮬란’의 아버지 역에 시진핑 주석을 닮은 이 배우를 캐스팅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뮬란 속 아버지는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다리가 불편하지만, 과거에는 북방 민족과의 전쟁에서 용맹하게 싸웠던 인물이다. 또한, 뮬란이 별난 성격 탓에 중매쟁이 눈에 들지 못하고 망신을 당했을 때도 슬퍼하는 딸을 위로해주는 인자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뮬란’ 차이나머니에 굴복한 할리우드의 굴욕?

유튜브 채널 am730 캡처

누리꾼들은 “‘뮬란’의 주 타깃층인 중국인을 겨냥해 절대 선인 뮬란 아버지를 시 국가주석에 투영하기 위한 캐스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영화 ‘뮬란’을 둘러싼 논란은 이것만이 아니다. 주연배우 류이페이가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고,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인권논란이 거센 중국 신장·위구르 당국에 대한 감사 인사를 넣어 이슬람권을 포함해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시진핑 닮은 꼴 배우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뮬란’은 중국 전통 문화를 잘 살린 액션 영화라기보다는 차이나머니에 굴복한 할리우드의 굴욕처럼 여겨지고 있다.

송다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