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시비… 풀려난 협박범, 석방 40분 만에 2명 살해

입력 2020-09-21 11:12 수정 2020-09-21 11:22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60대 남성이 범행 직전 피해자들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살인 혐의로 체포된 A씨(69)는 범행 전인 지난 19일 B씨(76·여) C씨(73·여) 등 이웃 주민 5~6명과 함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B씨 아파트에서 화투를 했다.

A씨는 같은 날 저녁 함께 화투를 치던 이들과 시비가 붙었고 그는 오후 8시57분부터 3차례에 걸쳐 경찰에 도박 신고를 했다. 경찰이 B씨 집에 도착했으나 현장에서 화투나 현금 등 도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여기 있는 사람 다 도박했으니까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증거가 부족해 입건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철수했다. 이어 경찰이 B씨 집에서 나와 순찰차에 타기 직전 A씨가 경찰에 재차 신고 전화를 했다.

A씨는 “내가 칼을 들고 있으니 나를 체포해 가라”고 말했다. 다시 B씨 집으로 간 경찰은 곁에 흉기를 두고 앉아 있던 A씨를 오후 9시25분쯤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고 분당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했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주거가 일정하며 목격자 진술과 흉기 등 증거가 확보된 데다 고령이고 도주 우려가 적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오는 22일 오전 다시 출석하라고 한 뒤 오후 11시20분쯤 석방했다.

하지만 풀려난 A씨는 40여분 만인 자정쯤 소주병과 흉기를 들고 피해자들을 찾아가 살인을 저질렀고, 다음 날 아침 8시쯤 이웃의 신고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을 당시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A씨는 술에 취하거나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A씨는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서 왜 B씨 등을 살해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