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장혜영, 文 기념사 비판 “청년 불편해 하나”

입력 2020-09-21 10:24 수정 2020-09-21 10:31
연합뉴스

장혜영(사진) 정의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의 날 기념사에 대해 “심장에 와닿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2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굉장히 열심히 준비해주신 말씀이었다. 연설도 잘 구성돼 있었다”면서도 “심장에 와닿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공허하다, 이런 느낌이 솔직하게 있었다”고 비판했다.

‘의례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의례적이라기보다 청년의 마음을 읽으려 했지만 안타깝게 다가서지 못한 느낌이랄까. 모호한 느낌이 있었다”며 “‘공정이 청년들에게 중요하구나’라는 것까지는 알고 계셨지만 ‘공정’을 반복할수록 왠지 더 추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정부가 청년을 좀 불편해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불편해한다는 건 어떤 말씀이냐’는 질문에는 “뭔가 모르면 불편하지 않나”라며 “이 사람을 잘 대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잘 대하는 게 뭔지 모르면 (상대방이) 약간 불편하게 느끼지 않나. 오히려 더 격식있게 대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문재인정부가 청년 문제에 다가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본질과 핵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 의원은 ‘청년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지나치게 공정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를 비판하시는 분들은 ‘정부가 공정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해석보다는 공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청년이 공정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느끼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보다는 본질적인 불평등에 대한 얘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불평등이 이미 깔려 있다면 아무리 공정한 기회를 주더라도 결과가 불평등하게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냐’고 되묻자 장 의원은 “안전하다고 느낄 때 담대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 기념사 발언을 인용하며 “지금은 정말 안전하지 않다. 사회적 안전망이 기능하고 있지 않다”며 “죽을힘을 다해서 올라가는 사다리에서 한 번만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없다고 많은 청년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튼튼한 안전망이 있다, 떨어지더라도 바닥이 있다, 받쳐줄 수 있다, 이런 시그널을 주는 게 담대한 도전”이라며 “(이렇게 하면) 청년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이 생길 거라 본다”고 부연했다.

장 의원은 ‘86세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불평등,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가 없다는 두려움, 부동의 1위 자살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2030 여성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4배 가깝게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며 “성찰을 통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불평등, 두려운 기후위기 같은 것들이 1987년 독재만큼이나 지금 세대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를 거론하며 “공정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공정이 우리 사회의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정은 촛불혁명의 정신이며 다 이루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공정’을 37번이나 언급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