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이재명 손 들어준 김경수

입력 2020-09-21 09:22 수정 2020-09-21 09:49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2019년 10월 28일 저녁 경기 수원시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정부 국정과 경기-경남 도정 성공 및 민주당 총선 승리를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친문과 비문인 이들이 모인 것이 총선을 앞두고 '한팀'을 강조하면서 당내 갈등 지점을 해소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민주연구원 제공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옹호했다.

김 지사는 21일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연구에는 연구로 답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와 현장은 다르다. 지역화폐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현장에 내려오면 금방 알 수 있다”며 “지난번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부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그 당시 지역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풀리는 돈이 기존에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으로 갔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지역의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역 내수, 경기 활성화, 침체된 경기를 띄우는 데는 확실하게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연구 보고서에 대해서도 “(조세연은) ‘전국적으로 그렇게 풀리면 지역 간에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야기한다”며 “지역화폐가 가지는 성격이 여러 가지 있다. (지역화폐가)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도 있다. 좀 더 다양하게 효과를 검증해 나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 연구에는 연구로 답을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부연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을 문책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태도가 지적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김 지사는 “오죽하면 그런 말씀을 하셨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이 지역화폐 아니냐”며 “거기에 대해서 이런 게(반박 보고서가) 나오니까 욱해서 그러신 것 같다. 잘 대응하실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재명(왼쪽)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018년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김대중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시스

앞서 조세연은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송경호·이환웅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 지역화폐 발행이 해당 지역의 고용을 증가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역화폐 발행이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긴 했지만 발행 비용, 소비자 후생 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상 낭비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비판이었다.

이 지사는 반발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지역 화폐 폄훼한 조세재정연구원 발표가 얼빠진 이유 5가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조세재정연구원이 왜 시의성은 물론 내용의 완결성이 결여되고 다른 정부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및 정부 정책 기조에 어긋나며, 온 국민이 체감한 현실의 경제효과를 무시한 채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를 지금 이 시기에 제출하였는지에 대해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후에도 조세연 보고서를 반박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했다. 조세연 보고서를 두고 윤희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