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있다, 날 체포해” 분당 살인 용의자, 석방되자 범행

입력 2020-09-21 08:14 수정 2020-09-21 09:36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60대 남성이 범행 직전 피해자들을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체포됐다가 풀려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살인 혐의로 체포된 A씨(69)는 범행 전인 지난 19일 B씨(76·여) C씨(73·여) 등 이웃 주민 5∼6명과 함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B씨 집에서 화투를 했다.

A씨는 같은 날 저녁 함께 화투를 치던 이들과 시비가 붙었고 그는 오후 8시57분부터 3차례에 걸쳐 경찰에 도박 신고를 했다. 경찰이 B씨 집에 도착했으나 현장에서 화투나 현금 등 도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도박했으니까 현행범으로 체포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증거가 부족해 입건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철수했다. 이어 경찰이 B씨 집에서 나와 순찰차에 다시 타기 직전 A씨가 경찰에 재차 신고 전화를 했다.

A씨는 “내가 칼을 들고 있으니 나를 체포해가라”고 말했다. 다시 B씨 집으로 간 경찰은 곁에 흉기를 두고 앉아 있던 A씨를 오후 9시25분쯤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고 분당경찰서로 데려가 조사했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주거가 일정하며 목격자 진술과 흉기 등 증거가 확보된 데다 고령이고 도주 우려가 적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오는 22일 오전에 다시 출석하라고 한 뒤 오후 11시20분쯤 석방했다.

그리고 A씨는 밤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집에 도착한 뒤 10여분 만에 소주병과 흉기를 들고나와 B씨 집으로 향했다. A씨가 B씨 집을 다녀온 뒤인 20일 오전 7시50분쯤 B씨는 C씨와 함께 집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시간여 만에 A씨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을 당시 구속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A씨는 술에 취하거나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며 “A씨는 현재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서 왜 B씨 등을 살해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