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의 한 대학에서 공부하는 강모(29)씨는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잠시 들렀던 지난 1월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월 29일 학교로부터 ‘감염병 방역 규정이 강화돼 외국인은 허가 없이 중국으로 올 수 없으니 입국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고 강제로 휴학한 채 속수무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마침내 지난달 5일 취업·유학이 목적인 한국인의 경우 입국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항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으나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행 항공권 가격이 치솟아 사실상 입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양행 항공편이 대폭 줄어 원래 편도 20~30만원이었던 비행기값이 8월엔 200~300만원까지 올랐고 9월 어느 날엔 6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그마저도 직항은 없고 2~3회 경유가 대부분이라 중국에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내려진 각국의 입국금지 조치가 지난달 중국 등에서 일부 완화됐지만 값비싼 항공권과 자가격리 비용 때문에 학업과 일터가 있는 외국으로 출국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운 좋게 항공편을 구해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부담스럽다. 중국의 한 사범대학에 다니는 김모(28)씨는 “중국은 자가격리비용을 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자가격리 2주 동안 머물 곳을 당국에서 정해주는데 비싼 호텔에 걸리면 200~300만원은 우습게 나간다”고 말했다. 김씨는 “3월부터 중국에서 살던 집 월세만 매달 30만원씩 빠져나가는 데 아직도 가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현재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돼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씨는 “언제쯤 입국하라는 공지도 없어 사실상 무기한 대기 상태였다”며 “졸업 학기를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해야할 시기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4월 초에 ‘입국하지 말고 추가 공지를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받은 게 전부”라며 “방학 때 잠깐 귀국해 짐도 다 중국에 있는데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 시간만 축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외 취업이 결정됐지만 입국금지 조치로 입사가 미뤄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일본의 한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로 한 김모(33)씨는 5월 입사 예정이었지만 비자 발급이 무기한 연장되는 바람에 회사 문턱도 밟지 못했다. 일본 역시 지난 1일 이후 일본 체류자격 보유자에 한해 재입국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완화했지만 체류자격이 없는 김씨는 해당되지 않았다.
김씨는 “언제까지 입국금지가 이어질 지 모르겠다”며 “퇴사 후 6개월 동안 수입이 없는 상태다. 다행히 코로나19 이전에 계약을 했지만 혹여 입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