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 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지정에 관한 규정을 공개했다. 단 중국 정부는 근거 규정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기업명은 적시하지 않았다. 미·중 갈등의 한 축이었던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 매각 협상이 접점을 찾으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전날 홈페이지에 새로운 상무부령을 공개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에 해를 끼치거나 중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심각한 손해를 입힌 외국 기업 및 개인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넣도록 한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중국 수출입 및 투자 금지, 체류 허가 제한,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한 규정은 중국의 대외무역법·국가보안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국무원 승인을 거쳐 상무부가 공포한 것으로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 기업이 미국 등지에서 적대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닦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기업 이름까지 적시하지는 않았다. 상무부 조약법률국 관계자는 기자브리핑에서 1차 제재 리스트는 언제 발표되느냐는 질문에 “명단과 시간표는 나와있지 않다”며 “명단에 올리거나 처분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면 법률에 따라 공고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또 이번 규정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후 1년여에 걸친 연구와 의견 청취 끝에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봐가며 제재 기업 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5월에도 중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외국 기업 명단을 작성하겠다고 했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들은 애플, 시스코, 퀄컴, 보잉 등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은 틱톡과 미국 기업 오라클, 월마트가 ‘틱톡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우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오라클, 월마트와 진행 중인 매각 협상에 대해 “나는 이 합의를 원칙적으로 승인했다”며 “그것은 환상적인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 회사는 완전히 오라클과 월마트가 감독하게 된다”며 “중국과 무관한 새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라클과 월마트가 새로운 틱톡 운영체의 지분 20%를 나눠갖고, 여기에 기존 미국 투자자들의 지분을 합하면 틱톡 전체 지분의 53%를 미국이 보유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도 이런 흐름에 맞춰 당초 20일부터 시행하려던 택톡 앱 신규 다운로드 금지 조치를 1주일 연기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