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등 국정농단 사건을 공소유지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대법원에 서울중앙지검의 이 부회장 부정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을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승계작업의 구체적 수립·진행 경과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로 새로 드러난 만큼, 이 부회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에 ‘적극적 동기’가 판단돼야 한다는 취지다.
특검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협조를 받아 이 부회장 부정승계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지난 17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로 드러난 추가적인 사실관계들이 최종 양형에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서도 냈다. 특검은 대법원에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아온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가 교체돼야 한다는 재항고를 제기한 상황에서 이 공소장과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지난 18일 이 기피신청 재항고는 기각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심 결정의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춰보면 원심의 (기피신청 기각) 판단에는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특검은 기피신청이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과연 재판장에게 ‘이재용 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의 예단이 없다’고 볼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특검은 부정승계 의혹 사건과 국정농단 뇌물 사건의 밀접한 연관성을 계속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대목은 결국 이 부회장의 양형에 핵심으로 작용할 ‘뇌물의 동기’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프로젝트G’ 문건에서 밝혀진 사업조정, 흡수합병 등의 승계작업과 각종 불법행위를 애초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과 함께 건넨 적극적 청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은 “‘수동적 뇌물제공’ ‘청탁에 관한 부당한 결과의 부존재’라는 1심의 잘못된 양형판단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측이 방어권 범위를 넘어서는 허위 주장을 펼쳐왔다는 사실도 새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합병 및 순환출자 고리 해소, 금융지주회사 전환 현안 등이 승계작업과 무관했다고 변론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G 문건이 2012년 12월 이미 마련된 점, 이건희 회장 유고 시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대한 복안이 2014년 5월 마련된 사실이 이번 서울중앙지검 수사로 드러났다는 점을 들어 특검은 “당연히 가중적 양형요소가 돼야 한다”고 했다.
1심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할 당시에는 “합병이 종결된 현안이었다”고 판시했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파기된 2심 이외에도 이 부회장 측에 유리했던 1심의 판단들도 바로잡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을 한 이후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 제안요청서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에게 보낸 사실, 같은 해 8월 삼성물산 주가가 인위적으로 부양된 사실 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현재 집행유예인 이 부회장의 최종 형량이 높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정 부장판사는 “이 파기환송심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서 이뤄지는 구체적인 각각의 현안에 대한 재판이 아니다”고 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