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시대’ 왔다…키워드로 본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

입력 2020-09-20 16: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가 폭락장을 겪은 지 6개월이 지났다. 주가가 연 최저점을 기록한 3월 19일 대비 현재 코스피지수는 65% 가량 증가한 2400대를 유지하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2배 이상으로 올랐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개인투자자의 ‘사자’ 행진이 빠른 증시 반등을 이끌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을 주축으로 달라진 국내 증시를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동학개미운동

코로나19 이후 증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조어는 하락장에서도 개인이 외국인 투매에 맞서 순매수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동학개미운동’이다.

코스피가 1457.64를 기록한 3월 19일 이후 6개월간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98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4조9535억원, 12조3748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증시 반등은 ‘개미’(개인투자자)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 기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 2위는 네이버(1조7086억원)와 카카오(1조6170억원)로 우량주이면서 언택트(비대면) 관련 종목이 차지했다. 3~5위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현대차로 전통적인 우량주가 올랐다.

20~30대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 점도 주목을 받았다. 20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계좌개설 가운데 61.2%가 2030세대다(20대 33.9%, 30대 27.4%). 이 외 주요 증권사들에서도 상반기 2030세대의 계좌개설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해외주식 ‘직구’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도 늘면서 ‘해외원정개미’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6개월간 국내에서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은 130억9894만 달러인 15조20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1배에 달한다.


공매도와 금융세제 개편안

정부와 금융 당국 입장에서도 개인은 무시 못할 투자 주체가 됐다.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과 공매도 금지 연장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도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인해 한달 만에 대폭 완화됐다(상장주식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 공제 2000만원→5000만원 등).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안은 개인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은 개미들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공매도는 자본과 정보력이 뛰어난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투자 기법이라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9월 15일 코로나19로 인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제하려 했으나, 개인의 반발로 해당 조치를 6개월 연장했다.


공모주 광풍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는 각각 30조9000억원, 58조5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고, 두 종목 상장 이후 ‘따상’(시초가의 ‘더블’과 상한가를 합친 은어)에다 그 다음날 상한가까지 기록했다. 24~25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관 수요예측에 나서는데, 이 역시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개미들의 위상이 달라진 주요 원인은 초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개인의 자금이 증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증시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55조6630억원이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61조7110억원에 달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