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본사 사옥 앞에서 장기간 시위하면서 장송곡을 틀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기업을 괴롭힐 목적이 다분한 불법 시위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지난 18일 현대·기아차가 박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은 피고인 박모씨가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 앞에서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 과도한 소음을 발생하게 한 부분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피고의 주장 내용이 장송곡과 관련성이 없고, 현대·기아차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직원과 주민들이 장송곡에 지속 노출되면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원은 시위 현장에 설치된 현수막과 피켓 문구(저질기업, 악질기업 등) 등도 회사 명예와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에게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모씨는 2013년부터 현대·기아차 본사 앞 시위를 벌여 왔다. 기아차는 2014년 소송을 제기해 박모씨의 신원노출 문제에 대해 기아차의 민사상 책임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박모씨가 시위를 이어갔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설명이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삼성, GS 등 대기업 사옥 앞에서 과도한 소음과 무분별한 천막 설치 등을 동반한 시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장송곡을 틀고 집회를 연 삼성일반노조위원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