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중구가 ‘용적률’ 문제로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심상업지구 주상복합건물의 주거용 용적률을 줄여 난개발을 막겠다는 대구시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민간에 이어 중구의회도 반발 대열에 합류했다.
20일 대구시와 중구의회에 따르면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건축물의 주거용 용적률 상한선을 낮추는 내용의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대구시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내용 변경 없이 원안 가결됐다. 이 안은 다음 달 대구시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건물 전체 용적률을 중심상업지역 1300%, 일반상업지역 1000%, 근린상업지역 800%로 허용하되 주거용 용적률 상한선을 400%로 제한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그동안 중심상업지구 주거용 용적률이 600% 안팎이었다.
앞서 대구시는 중심상업지구에 고층 주상복합건물이 계속 늘어 소음, 일조권 피해 등 각종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었다. 이에 지역 건설업계와 지주 등이 반발했는데 중구주민자치위원연합회 관계자들이 대구시와 시의회를 찾아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대구시는 입법예고 후 의견수렴과정을 거쳤지만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대로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중구의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중구의회는 최근 대구시의회를 찾아 ‘도시계획조례 개정 반대 결의문’을 전달했다.
중구의회도 중구주민자치위원연합회 등과 같이 개정안이 중구민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중구 전체 면적의 44.2%가 상업지구여서 중구지역 건설사업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될 경우 재개발·재건축 예정지 20곳이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성로’가 있는 중구는 오래전부터 대구의 중심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있고 오래된 주택지역도 많아 개발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여기에 새 대구시청사 건립지까지 달서구로 결정이 나면서 중구 낙후에 대한 걱정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권경숙 중구의회 의장은 결의문을 통해 “개정조례안은 지역 현실을 외면한 대구시의 행정편의주의적인 조치로 위축된 지역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주택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택 가격 문제, 교통과 일조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